[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3>설명 가능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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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학창시절에 별난 친구 몇몇은 있는 법이다. 어디도 모날 것 없는 친구가 한 가지 별난 구석이 있었다. 논쟁이 붙으면 어느새인가 “내가 해봤는데” 식으로 흘러갔다. 어떤 열띤 토론도 이 말 한마디면 조용해졌다. 책에서 읽었건 전문가에게 들었건 “내가 해봤다는” 친구 앞에서 변론은 항상 막막하기 마련이었다.

요즘 경영잡지가 무척 많다. 실제 글로벌 기업 사례는 흥미진진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참신한 전문용어로 무장한 이론도 넘쳐난다.

그러나 누군가에 따르면 혁신은 평범한 용어로 설명하기가 더 어렵다. 그런 탓인지 우리 일상엔 설명 없는 혁신이 넘쳐난다. '어떤 기능 탓에 가격이 올랐죠?'라고 묻는 고객에게 매장엔 답할 사람이 없다. 혁신은 했으되 이유는 모른다.

그러니 이런 우화 같은 일화도 많다. 누군가 가전 매장에서 점원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런 기능이 추가됐다는데 어떻게 좋아진 거죠?' 점원이 머뭇거리다 매니저를 불렀다. 똑같은 질문에 매니저는 어깨를 으쓱이곤 답했다. “이만큼 비싸졌으니 들어간 거죠, 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면에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한마디도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인덕션 매장 얘기다. 가정용으로 흔한 3구짜리 인덕션은 종류도 많다. 그만큼 경쟁도 심하다.

어느 신혼부부가 쭉 늘어선 백화점 가전 매장 앞을 서성였다. 앞자리 특설매장엔 수입품이 진열돼 있다. 유명 브랜드에다 디자인도 유명세에 걸맞다. 점원은 최고 성능이라고 자랑한다. 그 옆 두 번째 매장은 국내 최고 브랜드다. 디자인도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데다 인덕션 상판 색상도 다양하다고 한다. 반면에 구석진 세 번째 매장은 중저가 브랜드다. 작은 매장 앞엔 두세 개 제품만 진열돼 있다. 한 가지 차이라면 인덕션 2구에 구식인 코일이 붉게 달궈지는 하이라이트 1구로 구성했다고 한다.

살림살이 초보인 두 사람이 물었다. '왜 이 제품에는 하이라이트가 들어가 있죠?' 대체로 저렴한 탓에 그런가 하는 의심도 묻어 있었다. 그러자 살림 경험이 많은 직원이 답했다. “곰탕이나 탕국처럼 은근히 끓여야 하면 인덕션보다 하이라이트가 나아요.”

부부는 수입품 특설매장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겼고, 2+1 제품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매장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고, 매장엔 없고 카탈로그에는 있다는 답을 듣는다.

은근히 끓이자면 붉게 달궈지는 하이라이트가 낫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다. 같은 상황에서도 소비자마다 선택은 다를 테다. 그러나 자기 제품이 왜 그런 모양인지 설명되지 않고서야 백약이 무효 아니겠는가.

실상 우리는 많은 시간 동안 소비자 모습을 한다. 다양한 색상의 상판이 장점이라면서 매장에 전부 진열할 도리가 없으니 브로슈어를 보라고 하는 게 바른 답일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당장 어느 자동차 매장은 제법 큰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도 보여 줄 수 없는 차 색상은 철판 한쪽만 잘라 진열해 두고 있다. 대시보드에 사용한 나무와 다른 재질도 조각으로 비치해 뒀다. 인덕션 상판을 종류별로 갖다 두는데 벽면 진열장의 가로·세로 1m를 안배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을 설명하는 지름길 아니겠는가.

혁신이 브로슈어에 갇혀서 허우적대는 일은 어디 가든 흔하다. 설명 가능한 혁신부터 한번 챙겨 보자.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3>설명 가능한 혁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