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바이든 시대 개막] 韓 통상 파고 높아지나…경제·무역 전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새벽(현지시간)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시작으로 공식 임기에 돌입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우선주의에 무게를 둔 통상정책을 기반으로 무역구제조치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통상정책이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진다.

[미 바이든 시대 개막] 韓 통상 파고 높아지나…경제·무역 전망은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 협력을 기반으로 국제무역 질서를 재정립하는 노선을 통상 정책 핵심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통해 자국 리더십을 회복하는 전략이다. 트럼프 정권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WTO 탈퇴 선언 등을 이어가며 보호무역에 주력한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전통적 우방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이 리더 역할을 할 때, 미국이 초국가적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다자 무역 복원 움직임은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에 동일하게 적용한 철강 관련 수입규제 등이 완화·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경기 회복, 친환경 분야 수요 확대도 관련 품목 수출 규모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대미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5%) 등 경기민감 품목 비중이 크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 규모를 한층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현지 제조를 비롯한 자국산업보호 정책이 외국 기업과 무역 갈등을 지속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투자 확대 등으로 공급망 재편 참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CPTTP 확대 추진 등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 참여를 요구할 수 있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 중국 견제 노선은 전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을 시장경제 체제로 편입시키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공산당 일당 체제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방식 보다 동맹국 연대 강화로 공동 압박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WTO 회원국 공감대를 기반으로 공동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등의 문제해결 방식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KOTRA는 '2020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 정책 방향'에서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기술 냉전시대'에 돌입하면 우리나라가 '선택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OTRA는 “미국이 첨단 기술·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호주, 일본 등을 포괄하는 국제 생산 협력 체제를 수립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응한 중국의 부품 수입의존도 축소, 반도체 국산화율 제고, 경쟁적 첨단기술 투자 확대가 우리 산업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금융·외환시장에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영향이 예고된다.

탄소 중립을 앞세운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 수혜업종은 2차전지 및 수소·전기차 분야로 예상된다. 친환경에너지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2차전지를 필두로 태양광, 수소, 풍력, 전기차 관련주들이 중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예측된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실질금리를 낮게 유지(정부부채 부담 완화 목적)하기 위한 통화완화 기조 유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약세 기조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증시 유입을 촉진시킬 수 있다. 반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화와 위안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더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재정확대기조가 이어지는 게 요인이다. 미국 제조업 부흥, 일자리 창출을 통해 코로나19로 악화된 국내 경제를 적극적으로 회복하는 정책을 펼 방침이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이끌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인준청문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 모두 국가부채 부담에 대한 우려 없이 부양책을 제안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지금 역대급 초저금리 아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크게 행동하는 것(act big)'”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1조9000억 달러 추가 부양책 등 적극적인 재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바이든 정부는 임기 4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미국 재정적자가 늘어날 여지를 키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오르게 돼 우리나라 자동차, 전자 등 수출기업들의 수출액 감소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우려도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