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中 SMIC와 계약 연장 발표는 '신규 장비 납품'과 관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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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와 진행한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계약 연장은 신규 장비 계약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SMIC 제재 이전에 있었던 공급 계약에 대한 납기 연장일 뿐, 미국 제재에 반하는 추가 납품 건은 없다는 것이다.

ASML의 SMIC 장비 계약 연장 발표. <사진=ASML>
ASML의 SMIC 장비 계약 연장 발표. <사진=ASML>

지난 3일(현지시간) ASML은 올해 12월까지 'SMIC와 계약 연장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식 설명 자료를 냈다.

각종 외신과 함께 국내 일부 언론은 ASML이 미국의 SMIC 장비 수출 제재를 반하고 이 회사와 12억달러(약 1조3500억원) 규모 DUV 장비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재 수위를 낮출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ASML이 낸 자료는 SMIC와의 새로운 계약이 아닌, 미국 제재 훨씬 전부터 이뤄진 계약 연장 건을 설명하기 위한 문서다.

ASML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SMIC와 대량구매계약(VPA)을 맺고 DUV 노광 장비를 납품했다. 원래 계약대로라면 이 VPA는 지난해 12월 종료됐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심화 등으로 납기 지연 문제가 발생, 양사는 올해 12월까지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장비를 공급받는 SMIC는 장비 값 12억달러를 지난해 3월부터 지난 3월 2일까지 12개월 간 나눠서 지불을 완료했다.

12억달러는 지난해 말 끝났어야 할 장비 공급에 대한 금액일 뿐, 올해부터 완전히 새롭게 진행되는 장비 계약에 대한 계약금이 아니다.

실제 ASML 측은 이번 계약 연장에 대해 “계약 연장을 포함한 이 VPA는 중요한 사건(material event)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만큼, 네덜란드 장비 기업 ASML에게도 미국의 강도 높은 중국 반도체 기업 제재는 현지 수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SML 역시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업 제재 이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