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혁신블루칩]정규돈 카카오뱅크 CTO "열바퀴 도는 뱅글뱅글 앱, 한바퀴로 만드는게 카뱅 DNA"

2000만 이용자 눈앞...분산 구조 한계
계정계도 전환 등 트래픽 최적화 노력
금융 앱서 '카뱅'을 가장 먼저 설치
'모던 아키텍처'로 기술은행 도약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경영자(CTO)의 대화는 어려웠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 모든 이야기의 주제는 고객 편의에 맞닿아 있었다.

그는 그림자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진두지휘한 기술 총괄 책임자다. 보이지 않는 혁신, 그가 걸어온 길이다.

그는 혁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빙글빙글을 없애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켜서 로그인하면 빙글빙글 도는 로딩 서클을 없애는 일은 서버 작업만 몇 개월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혁신하는 것. 카카오뱅크의 힘이자 책임이라고 말한다.

“카카오뱅크 올해 목표는 카뱅 퍼스트가 되기 위해 '은행을 엔지니어링하자'입니다. 카뱅이 보여준 사용자 경험 혁신은 이미 우리나라 디지털 금융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연내 2000만 이용자 돌파를 앞두고 기술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하겠습니다.”

카뱅은 기술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 '모던 아키텍처'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았다. 모던 아키텍처는 고객 수와 트래픽이 증가하더라도 속도감 있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다.

카뱅은 금융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뱅 원천 기술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금융기술연구소'는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카뱅을 성장시킬 원천 기술 연구가 본격화됐다.

2017년 7월 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4주년 생일을 앞뒀다. 카뱅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1136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당기순이익 137억원 대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양호한 수익성을 꾸준히 시현하고 있는 전통적인 이자 부문과 더불어 비이자 부문에서는 플랫폼 사업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주역은 카뱅 기술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바일 앱, 인증, 서비스, 코어뱅킹 등 서비스·상품 개발부터 뱅킹 인프라 및 시스템 구조 혁신, 빅데이터 분석과 AI 응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팀이 역량을 펼치고 있다.

카뱅 기술팀의 수장인 정규돈 CTO를 만나 올해 핵심 추진과제와 중장기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

대담=길재식 경제금융증권부장

-지난 간담회에서 윤호영 대표가 아키텍처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다. 구체적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개념인가, 또 분산 대응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아키텍처는 시스템 운영을 위한 최적의 구조다. 전통적으로 금융권 아키텍처는 모노리식(monolithic) 구조다. 고성능으로 집적된 단일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로직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일정 규모까지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용자가 많아지면 원하는 만큼의 성능을 유지하고 비즈니스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일부 장애도 전체 장애로 이어지는 등 안정성도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내부 시스템을 잘게 나누는 분산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이렇게 시스템을 나누게 되면 트래픽에 대한 대응 수준도 높아지고 비즈니스 요구도 빠르게 대응 가능하다.

-올해 카뱅 기술전략은 '모던 아키텍처'라고 했다. 어떤 방향인가.

▲카카오뱅크는 초기부터 어느 정도 분산된 구조로 시작했다. 그러나 2000만 이용자를 바라보는 시점이 되니 한계가 보이고 있다.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모던 아키텍처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계정계도 전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기존 은행권 표현으로 하면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마찬가지다.

이전보다도 카뱅 앱에서 활동이 더 많아져서 단순 고객 수 증가 이상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다. 지속적인 용량 증설, 최적화로 트랙픽 증가에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밖에서 보기보다 세심하고 치밀한 엔지니어 노력이 들어가고 있다.

모던 아키텍처로 전국민의 은행이 되더라도 속도감 있는 서비스 제공과 안정적인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구조로 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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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금융기술연구소가 출범했다. 연구소는 카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주로 AI, 보안, 비대면 기술, 블록체인 등 신기술 분야를 연구한다. 향후 양자컴퓨팅 분야까지 연구를 계획 중이다. 연구소는 산·학 협력, 핀테크 업체들과 협력을 통한 기술연구와 실증사업을 수행한다.

은행은 규제 환경상 기술개발 및 연구, 그 중에서도 협업이 어렵다. 규제는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연구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바 있다. 연구소를 통해 연구 활동이 빨라지고 외부 협업도 원활해질 것이다. 카카오의 AI 기술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과 협업도 가능하다. 연구소의 성과가 은행 서비스의 혁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짰다는 의미가 있다.

-카뱅의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취득 계획 및 사업에 대한 계획은.

▲마이데이터는 내부에서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 확보는 중요한 아젠다가 됐다. 카뱅도 그부분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소비자 데이터 주권에 대한 얘기다. 기업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주권에 대해 초점을 두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떻게 데이터를 검색해서 볼 수 있을지, 마이데이터 취지에 맞는 서비스 뭐가 있을지 고민 중이다.

-클라우드 도입은 어느 분야에 어떻게 쓰이나.

▲카뱅은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는 이벤트 처리, 그리고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관련 시스템에 우선 적용한다. 클라우드 적합성을 따져 신규 서비스는 처음부터 클라우드로 가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방향성은 하이브리드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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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올해 중점 목표는.

▲미래에 대해 목표는 설정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금융, 정보기술(IT) 업계 변화가 많다. 3~5년 정도 근 미래에 은행으로서 어떤 모습 보일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뿐이다. 카뱅 기술팀의 올해 목표는 카뱅 퍼스트가 되기위한 준비로 '은행을 엔지니어링하자'다. 우선 카뱅 퍼스트로 금융 생활에서 카뱅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생활에서 카뱅이 첫 번째 앱이 되는거다. 스마트폰을 사면 카톡, 유튜브를 깔 듯이 카뱅도 가장 먼저 설치하게끔 하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현재 AI와 머신러닝 등 신기술이 연구중인데 본격적 성과를 내려고 한다. 여러 기술이 내부에서 다양하게 연구 적용될 거다. 동시에 외부 협업은 금융기술연구소를 기반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의 기술혁신이 카뱅을 중심으로 촉발되고 이를 통해 사용자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하겠다.

○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는

1973년생으로 인하대 자동화공학과와 동대학원을 마쳤다. 라이코스, SK커뮤니케이션즈, 다음커뮤니케이션, 카카오를 거쳐 카뱅 CTO를 맡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프론트엔드(Frontend) 및 모바일 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기술그룹 총괄(CTO)을, 카카오에서 플랫폼기술팀 팀장을 담당했다.

한메일, 카페, 티스토리, 로드뷰, 다음앱 등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와 모바일앱을 개발했고 인프라 및 플랫폼에 있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불린다.

2016년 카뱅에 합류한 이후에는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주도해 카뱅앱을 만들었다. 또 업계 최초로 오픈소스와 리눅스를 도입해 금융 혁신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정리=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