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 디지털 시대 우정 서비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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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1884년 우정총국이 설립된 후 1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정서비스는 국민 모두에게 가장 친숙한 행정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매일 100만여명의 고객들이 전국 3400여개 우체국을 방문해 우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우정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서 '한국 산업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공공 서비스 부문 22년 연속 1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우정사업이 최근 이메일, 메시징 서비스 등의 보편화로 우편 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전자 고지 서비스의 보급도 확대되어 통상우편물 물량이 지난 6년간 연평균 6.1%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더불어 우편사업의 적자를 보완해 주던 금융서비스도 저금리 추세의 지속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금융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따른 변화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에 따른 우편물량의 감소와 금융사업의 성장 둔화가 우리 사회에서 우정서비스의 의미 축소를 뜻하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사회, 경제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로서 우정서비스의 중요성은 더 커져가고 있다. 우편서비스는 일반 택배, 사송 서비스와는 달리 농어촌, 도서벽지를 포함한 전국의 우체국에서 동일한 요금으로 제공되고 있다. 또 우체국쇼핑을 통해 2만5000여개의 농어촌 지역특산품을 발굴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가능케 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에 있어서도 여타 금융기관들의 농어촌 점포 폐쇄와는 달리 전국에 산재한 우체국을 통해 온라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포함한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 대면 창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실시간 탄력적으로 서비스 비용이 결정되는 디지털 경제에서 우정서비스는 모든 국민들에게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 이용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서비스를 누리기 힘든 농어촌 지역에 택배,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우정서비스는 무의탁환자 간병과 소아암 지원센터 운영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시대에 보편적 서비스 제공기관 및 사회안전망으로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우정서비스가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업무의 중요성에 부합하는 조직 위상 확립과 효율적인 의사결정체계 구축을 위한 조직 개편이 요청된다. 우정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는 4만3000여명의 직원과 9개의 지방청, 3400여개 우체국을 통해 연간 8조7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거대 행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우정사업본부장은 1급 공무원으로 임명되고 있다. 우리 정부 조직에서 1급 기관장 체계로는 우편물량 감소와 금융의 디지털화에 따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보편적 우편서비스의 제공과 디지털 소외 계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 확보 및 관련 부처와의 업무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민에게 밀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세청, 산림청, 기상청 등이 차관급 독립관서임을 고려할 때 디지털 시대 사회적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우정서비스의 효과적인 제공과 4만3000여 직원들이 소속 기관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속한 우정사업본부의 차관급 기관 격상이 요청된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 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이라는 가사에서 느껴지는 우정서비스의 정겨움이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될 수 있도록 우정사업 조직의 신속한 정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