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58>뭔가를 시도해 본다는 것

'맥가이버'. 미국 ABC 방송의 드라마다. 1985~1992년 7년 동안 방영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86년부터 공중파를 탄, 요즘 표현을 빌리면 '미드'인 셈이다. 주인공 맥가이버의 특출한 점은 위기 때마다 주변 잡동사니로 뭔가 뚝딱해서 도구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스위스 군용칼이 맥가이버칼로 불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 만능칼을 필수품으로 만드는 데도 한몫했지 싶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점에 이의란 있을 수 없다. 맥가이버야말로 매회 이를 증명했다. 발명과 혁신이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필요는 혁신에도 더할 나위 없는 자극이자 추동력이겠다.

기술혁신사에는 어감이 왠지 맥가이버 비슷한 한 인물이 있다. 미국 버지니아 농부 로버트 매코믹이다. 당시 미국은 인구 80%가 농업으로 생계를 꾸렸다. 가족 농사이다 보니 모든 건 고된 수작업이었다. 이렇듯 노동력이 필요한 탓에 학교는 사치였다. 로버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뭔가를 잘 만들어 내고는 했다. 그는 어느 날 곡물수확기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28년 동안의 노력은 별반 결실을 얻지 못한다. 그 대신 아들 사이러스 매코믹이 이 유산을 넘겨받는다. 1831년 첫 시연회를 가졌지만 1840년에야 첫 수확기를 팔 수 있었다. 그리고 1842년에 7대, 1943년에 29대, 1844년에 50대가 팔려나간다. 이 수확기는 성인 다섯 명에 견줄 만했다니 성능도 괜찮은 듯하다.

1845년에 특허도 출원하고, 1847년엔 시카고로 옮겨 작업소를 낸다. 수확기는 꽤 잘 팔려나갔다. 철도망이 갖춰지면서 판매망은 넓어졌다. 사이러스의 마케팅과 영업 전략은 그럴싸했다. 현장에서 작동법을 시연하고 수확철엔 현장에서 수리할 수 있게 훈련된 판매원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1856년 즈음이 되자 '사이러스 매코믹과 형제사'의 판매량은 매년 4000대를 넘어선다. 버지니아 농부 집안의 믿기 어려운 성공사다.

실상 혁신하는 방식 가운데 요즘 언급되는 많은 것은 '짜인 구조'를 따라 혁신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 반대의 임기응변과 그게 뭐든 있는 것으로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는 방식도 있다. 실상 요즘 혁신 방식의 어머니이자 고향은 당연히 이것이다.

물론 이런 정리된 것이라곤 없어 보이는 혁신에도 학자들은 몇 가지 원칙을 찾아냈다. 첫째는 필요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둘째는 작은 자원으로 성과를 낼 방법을 찾는 것이다. 셋째와 넷째는 일종의 행동준칙이다. '유연하게 사고하라. 그리고 단순하게 하라'다. 넷째는 요즘 인기 있는 'ESG 경영'과도 닮은 사회적 포괄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시행하라다.

아버지 로버트와 아들 사이러스의 창의성은 기대 밖 수확까지 얻게 된다. 시카고로 이주한 이들 가족은 '매코믹가'라는 유력 가문을 일군다. 시카고 트리뷴지의 사주가 나왔다. 유명 외교관과 하원·상원 의원도 배출한다. 워싱턴 타임스-헤럴드까지 인수해 가히 언론 카르텔로 불릴 만했다.

헛간 한구석에서 상상의 날개를 폈을 선대 로버트의 시간을 훗날 시카고에서 일가를 이룬 매코믹가의 성공 이유라 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다. 그러나 역경과 제약을 넘어서려 한 도전과 창의성이 없었다면 첫 싹을 피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이 사례를 기억하고 인용하는 사람은 적지만 여전히 '위대한 비즈니스 스토리'의 하나로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 있는 것도 이런 이유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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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