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 경제의 도래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위원장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위원장

경제 발전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가 금융이다. 초기 대외무역의 발달이 좀 더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금융제도 출현에 힘입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터넷 뱅킹의 빠른 정착이 전자상거래 발전의 토대 중 하나였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모바일과 온라인 플랫폼 혁신 성과에 힘입은 디지털 경제의 도래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2020년 기준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16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대표적인 디지털 경제의 혁신 주자로 꼽히는 배달 중개 플랫폼의 경우 2020년 한 해 동안 결제 금액이 전년 대비 75% 상승했다.

앞에서 언급한 경제와 금융 관계를 고려하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규정할 주요 트렌드인 디지털 경제의 발전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 금융'이라 할 수 있다.

오픈뱅킹 시스템부터 간편결제나 PG 서비스까지 이미 시장에 등장한 디지털 금융 기술 혁신의 성과는 차고 넘친다. 문제는 '법'이다. 2000년대 초반에 처음 논의돼 스마트폰 출현 이전인 2006년에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커져 버린 디지털 금융 시장에는 맞지 않는 옷이 됐다. 금융은 편리성 못지않게 안정성이 중요하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땜질식 법 개정이나 하위 법규 개정만으로 천지개벽을 이룬 디지털 금융 현실 세계를 다뤄 온 것이 아찔할 정도였다.

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해 현안을 살펴보니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입법 과제 가운데 하나가 전금법 개정이었다. 금융 혁신의 메기로 등장한 핀테크 혁신이 이용자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동시에 기존 금융권의 동반 혁신도 자극하려면 전금법 개정과 함께 관련 금융법제를 정비하는 작업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마침 금융 당국도 지난해 7월 오랜 준비 끝에 '디지털금융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 내용은 전금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디지털 금융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실현 가능한 방안이었다. 망설일 이유도,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바로 신속한 전금법 개정안 발의를 위해 금융 당국과 함께 개정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법안 초안을 검토해 보니 오래 묵혀 온 입법 과제인 만큼 예상보다 훨씬 큰 폭의 개정을 요하고 있었다. 라이선스 단계별로 진입장벽을 조정하고, 관리감독체계도 그에 맞춰 조정하며, 인프라 관련 규정도 정비해야 했다. 반면 디지털화된 세상은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금융 산업 분야에 전자금융거래가 접목돼 있었다. 그만큼 많은 이해관계자가 연관돼 있어서 이를 모두 고려해 대대적으로 법안을 정비한다는 것은 보통 작업이 아니었다.

조급한 가운데에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 및 조정을 위해 5차에 걸친 '디지털금융협의회'와 수차례에 걸친 별도의 간담회들을 가졌다. 제기된 문제들을 재검토하는 데만 4개월이 더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나 후불결제, 온라인플랫폼 행위규제 등 법안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수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아 있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논의 및 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한 법안 전체에 대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의 통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많은 업계 관계자와 이용자들을 고려하면 전금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 간 충분한 논의와 조정 또한 법의 안착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면 법 통과 후에도 이해관계자들이 여러 문제를 협의·조정함으로써 금융권 전체의 동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는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개정 전금법안에는 디지털금융협의회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관련 사무와 자율규제 등을 공신력 있게 처리할 법정 협회의 설립 근거 조항을 명시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전금법 개정안이지만 입법은 결국 타협과 조정을 거쳐 완성된다. 원칙 있는 타협과 조정을 위해 투명성과 공개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국회의 법안 심사 과정은 모든 면에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다. 정무위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위원들이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거치되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법안을 처리해 주길 기대한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winneryk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