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내분 사태 '점입가경'…노사 갈등에 총장·처장간 불협화음까지

기본 업무외 사실상 행정 마비…조정능력 상실 비판 제기
구성원들 "참담하다", "개인 욕심과 자존심 내려놔야" 반응
법원 총장 사의수용 가처분신청 결과 따라 또 한번 대혼란

광주과학기술원(GIST) 내부 구성원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노동조합과 사측의 대립뿐만 아니라 직원과 교수, 총장(부총장)과 이사회간의 반목과 불신에 이어 집행부인 총장과 처장의 불협화음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GIST 마크.
GIST 마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기본 업무 외에 사실상 학교 행정이 마비되고 이미 스스로 조정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법원의 총장 사의수용 가처분신청 심문 결과에 따라 GIST는 또 한번 대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GIST 내분사태는 노조가 김기선 총장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해 100점 만점에 '낙제점' 수준인 평균 35.20점을 받았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노조는 김 총장에게 4개 요구안을 일괄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총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퇴진을 들고 나왔다. 노조는 김 총장이 지난 2년간 거액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철저한 감사를 요청했다.

김 총장이 지난달 17일 노조의 4개 요구안을 수용할 뜻이 있다고 밝히자 이를 전해들은 교수 30여명이 총장실을 찾아와 강하게 항의했으며 GIST는 김 총장이 부총장단과 함께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긴급 배포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GIST의 행정 업무가 미숙하다”며 “3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거취를 표명하고 (이사회) 최종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GIST 사태는 교수와 노조·총장, 학생의 갈등으로 확대됐다. GIST 교수평의회(교평)는 총장과 노조 집행부 사이에 부당한 합의가 시도됐다고 주장했다. 초대 교평의장을 지낸 전창덕 교수는 “교수와 학생, 연구원 집단은 철저히 배제한 채 문제를 증폭시켰다”고 노조를 직격했다.

학생회에서도 노조와 총장을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플래카드를 학내에 내걸었다. GIST 내부게시판에는 노조의 부당성을 지적하거나 이를 반박하는 글로 뜨거웠다.

이사회가 발표한 총장 사의 수용 결정을 김 총장이 불복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김 총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사회 결정이 절차상 공정성이 모자라고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의결안건이 아닌 기타사항 안건으로 조급하게 처리됐다”며 법원에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 총장은 '이제는 말하겠습니다'라는 문건 3건을 통해 주요 보직교수인 A교수와 노조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했다.

이사회가 김 총장과 함께 물러난다고 대외적으로 밝힌 송종인 교학부총장도 이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재결정됐다며 다시 교학부총장직에 복귀했다. 송 부총장도 '이제 나도 말 하겠다'는 문건을 통해 “이사회 결정은 GIST 정관과 직제규정을 어겼다”며 “항의하는 뜻으로 이사회 회의록 서명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송 부총장 업무 복귀에 반발한 일부 처장단은 업무 거부에 들어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러한 GIST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직원과 교수, 학생 대부분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참담하다며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털어놨다.

한 직원은 “구성원 어느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이 행정 시스템 뿐만 아니라 이사회 모두가 다 엉망인 것 같다”면서 “올해로 개원 27주년을 맞는 우리 학교가 고작 이 정도 수준인 줄 정말 창피하고 한심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언론에도 꼭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지금은 하지 않겠다”며 “모두가 개인적인 욕심과 자존심만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데 내려놨으면 한다. 자칫 스스로 사태 해결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학교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씁쓰레했다.

대학원 석사과정인 학생은 “부모님과 친구들이 전화로 학교에 무슨 일 있냐고 물어와 많이 난처했다”면서 “학교 주인들이 모두 함께 모여 사태 해결책을 하루빨리 찾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GIST 이사회는 김 총장이 제기한 사의 수용 결정 효력정지 및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보고 향후 김 총장 거취문제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지난 6일 광주지방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접수했으며 오는 28일 10시 25분 광주지법 민사부 201호법정에서 심문이 열린다.

이런 가운데 과기부는 12일부터 최근 불거진 GIST의 여러 문제에 대한 특별 감사에 착수해 감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