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64>상식에 숨겨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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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한 백과사전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이나 사리 분별이라고 말한다. 단지 한 문장을 부연해 뒀다. 즉 어느 곳의 상식이 다른 사회에선 비상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정작 판단엔 따져 볼 게 꽤나 남은 셈이다.

경영에 상식만큼 가치 있는 것도 없다. 매번 새로 판단해야 하면 생산성은 떨어진다. 위기와 기회에 예민하고 신속한 대응만큼 중요한 자질도 없다. 우리는 이 통찰력을 아낀다. 공교롭게도 통찰력을 뜻하는 영어 '비즈니스 센스'(business sense)는 상식을 뜻하는 '커먼센스'(common sense)와 사촌격이다.

그리고 이 상식 탓에 종종 사달이 빚어지기도 한다. 상식엔 묘한 마력이 있다. 우리의 논리회로를 멈추는 극약이다. 이것에 맞다 싶으면 덥석 물고 본다. 그러나 실상 우리는 통찰력과 이 커먼센스를 잘 구분하지도 못한다. 반대 증거도 무용지물이다. 닷컴 버블을 실컷 경험한 뒤에도 똑같은 실수는 반복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혁신이 저마다 독특하다는 데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소니의 성공을 멋진 디자인과 제품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여기에 소니의 브랜드와 재무 능력, 거기다 마케팅 역량을 빼고 말하지 않는다. 제록스는 더 나은 브랜드와 더 두둑한 지갑, 거기다 최고의 마케팅팀에 판매망까지 있었지만 종종 실패했다. 거기다 소니도 그만큼 멋진 제품으로도 종종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단서는 '제품공간'(product space)이라 불리는 것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가 만난다. 한편은 시장의 생김새, 다른 하나는 나의 모양새다.

디지털카메라라는 제품 공간을 한번 떠올려 보자. 우리 기억엔 어느 날 모두가 디카를 쓰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이 제품 공간은 첫 10년 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리고 그다음 10년도 미지근한 상태였다. 그러나 기술 변화는 용암류 같았다. 2000만 화소가 될 때까지 화소는 거의 직선으로 상승했다. 누군가는 소니가 아니었다면 이 시장을 못 지켜 냈을 거라고 평한다.

반면에 어떤 시장은 그 반대다. 진공청소기가 필수품이 되는 동안 기술엔 별반 바뀜이 없었다. 이건 종종 입사시험의 상식 문제감이다. 문제로 만들면 대충 이렇다.

“우리가 아는 진공청소기는 부품을 유선형 통 안에 넣어 막대기에 붙인 모양입니다. 이것은 후버사의 헨리 드레이퍼스가 처음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는 몇 년도일까요. ① 1985년 ② 1975년 ③ 1955년 ④ 1935년 중에 고르시오.” 놀랍게도 정답은 1935년이다. 그리고 이 긴 시간 동안 기술도 재무도 별것 없던 후버는 시장을 멋지게 지켜 냈고, 후버란 이름은 진공청소기의 대명사가 됐다.

예전 어느 영화 광고에서 한 말이 코끼리와 마주 대한 채 앞발을 들고 포효하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알렉산더 대왕의 애마 부케팔로스였다. 알렉산더는 이 부케팔로스가 정작 그림자를 털어내려 날뛴다는 점을 알았다. 그는 아마도 고삐를 당겨 부케팔로스의 눈을 한껏 하늘로 향하게 한 후 잽싸게 등에 올라탔을 것이다.

상식은 혁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잘 가져다 쓰면 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당신 '제품 공간'에 맞지 않고서야 무용지물이다. 혁신에 상식으로 다가서는 건 한껏 더 난망한 일이다. 어쩌면 웬만한 내공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초패왕의 오추나 관운장의 월도인지도 모른다. 정작 차안대(遮眼帶)를 해야 할 것은 상식인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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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