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66>'홀리스틱'이란 광각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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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脈絡). 사전은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라 설명한다. 사실 이리 해석될 법한 것은 이것이 줄기 맥과 이을 락에서 온 탓이다. 영어로 봐도 유사하다. 맥락을 뜻하는 'context'는 글을 뜻하는 'text' 앞에 'con-'이란 접두사를 붙여 나왔다. 대개 'con-'이란 '함께'를 뜻하니 글의 앞뒤를 견주어 '함께 봄'이란 의미겠다. 결국 한자로 본 의미와 다름없다고 하겠다.

혁신을 이해하는 방식은 수없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혁신 방식에서 사례란 여럿일 테고, 그 반대로 하나의 혁신 사례는 종종 여러 혁신 방식으로 해석되고 포장될 수 있다.

내 경험에 혁신은 다른 길을 따라나서서 같은 종착지에 도달할 때가 있다. 비근한 예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사례 태반은 가치 혁신으로 같은 목적지에 도달했을 법하고, 블루오션을 찾아 나선 기업도 한 곳에서 만날 법도 하다.

그러니 한 가지 궁금함도 생긴다. 그럼 동일한 목적지에 도달한 이들 혁신 방식 사이에 뭔가 더 근본이 되는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 대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사례를 한번 보자. 이런 새로운 질문에 좀 넉넉하고 구색도 맞는 사례를 보는 것이 맥이다. 거기다 서로 쌍을 맞춰 질레트, 애플, 다우코닝, 힐티 정도를 보기로 하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 볼 때 질레트를 뒤집으면 애플이 된다. 질레트는 '면도기는 싸게, 면도날은 비싸게'란 전략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선보이면서 면도날 격인 아이튠즈 음악은 싸게 뿌린 대신 면도기 격인 아이팟은 마진을 제대로 남기고 팔았다. 이 묘수로 한때 아이팟은 거의 100억달러짜리 캐시카우가 됐다.

다우코닝과 힐티도 어찌 보면 반대로 서로 뒤집기를 했다. 원래 제공하던 기술 서비스를 빼고 표준 실리콘을 값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다우코닝이 혁신했다면 힐티는 공구를 파는 대신 성능 좋은 자신의 공구에 서비스로 재포장했다. 즉 공구를 팔던 데서 최고의 공구를 공급하되 수리·교체·업그레이드까지 해 주고 판매대금 대신 월 사용료를 받았다. 공구는 현장으로 바로 배달했고, 고장은 현장에서 수리했다. 수기 기간엔 다른 공구를 제공, 공사가 끊기지 않게 했다. 서비스엔 배터리 교체 같은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썼다. 질 나쁜 배터리 탓에 정작 작업 진도가 떨어질까 염려했다.

그럼 이제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도대체 이들의 성공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저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객을 좀 더 총체적으로 본 것이다. 즉 단지 내 제품을 구매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 누군가가 무엇을 하고, 가치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난제를 안고 있고, 어떤 것이 예상되는지 등 작은 차이이다.

사실 생동감 있는 혁신의 공통점은 고객을 큰 시야에 넣고 접근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고객이 누구고, 무엇을 하며, 어떤 존재인지 알아 간다. 그리고 학자들은 종종 이런 이해를 '홀리스틱'이란 단어로 묘사하곤 한다.

누군가는 아이팟의 성공을 좋은 기술을 멋진 디자인으로 포장해 내고, 그것을 더 멋진 비즈니스 모델로 다시 한번 더 포장해 냈다고 평한다. 질레트, 다우코닝, 힐티도 여기에서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것은 고객을 홀리스틱이라는 광각렌즈로 보는 숨겨진 혁신의 통로를 찾은 덕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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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