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파운드리 세계 1위, 생태계에 달렸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소속 일부 디자인하우스가 5나노 공정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퀄컴, 브로드컴 등 글로벌 상위 팹리스만 이용하던 삼성전자 5나노 파운드리 공정에 중소·스타트업 팹리스에도 문호가 개방된다는 의미다.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이 착착 단계를 밟아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TSMC가 55%, 삼성전자는 17%이다. 여전히 격차가 크다.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월하려면 크게 3개 장벽을 넘어야 한다. 바로 설비투자, 기술, 생태계다. TSMC는 지난해 19조원에 이어 올해 역대 최대인 31조원 규모의 설비를 투자한다. 삼성이 올해 계획하고 있는 파운드리 투자액의 2배가 넘는다. 또 TSMC는 7나노·5나노 미세공정을 삼성보다 먼저 상용화했고, 3나노 초미세 공정에서도 한발 앞섰다. 이 같은 사실만 놓고 보면 삼성이 2030년까지 TSMC를 추월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마저 든다. 그러나 삼성은 메모리반도체에서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순식간에 세계를 석권했다. 이런 'DNA'를 십분 활용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설비 증설과 기술 개발에서는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

문제는 생태계다. 파운드리 사업은 메모리반도체 생산과 달리 다양한 팹리스·디자인하우스와의 협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TSMC는 지난 2019년 기준 499개의 고객사를 위해 272개의 서로 다른 기술을 활용해서 1만761개의 제품을 제조했다. 팹리스 고객사, 디자인하우스 등과 오랜 기간 밀착된 관계를 맺으면서 쌓아 온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노하우는 삼성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에 이룰 수도 없다. 삼성 DSP 소속 디자인하우스의 5나노 공정 진입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 삼성의 열악한 파운드리 생태계 극복의 실마리로 작용해야 한다. 디자인하우스와 중소 팹리스를 더욱 과감하게 지원하는 전향적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가 신기루에 그치지 않는 길을 삼성도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