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79>기술로 증강한 가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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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 영어 오그먼트(augment)의 우리말이다. 이 단어의 가장 흔한 용례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다. 실제 공간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해서 강화하는 것이다.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기술은 상통하지만 지향은 반대인 셈이다.

다른 용례도 있다. 기술 진보로 인해 노동 효율성이 증가하는 경우 노동확장적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증강과 확장이 사뭇 달라 보이지만 영어로는 같은 오그먼트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능력이 향상된다면 이때도 마찬가지로 이 단어가 쓰인다.

AR와 VR가 비슷하듯 차이가 있듯 혁신에도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기술지향과 가치지향, 이 둘은 비슷한 듯 다르다. 전자는 새 기술은 가치 창조의 통로가 된다고 보지만 후자는 가치를 만듦에 기술이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이 둘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전략은 꽤 달라진다. 누군가는 블루오션 사례를 열거하면서 자신이 찾은 블루오션은 기술지향이 아닌 가치지향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와해성 혁신을 기성 기술과 결합한 새 비즈니스모델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이 주도하는 혁신을 급진적 혁신이라며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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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에서 이 같은 이분법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몇몇 기업 사례는 다른 얘기를 한다. 그 비근한 예가 넷플릭스다. 사람들은 많이 이 기업을 위대한 비즈니스모델 혁신의 표징이라 말한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다. 물론 자신이 개발하지도 않았고, 어찌 보면 이미 선반 위에 오른 채 누군가가 가져가기를 기다리는 기성 기술이기도 했지만 조금 비켜서서 보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인도한 실마리엔 기술이 보인다.

넷플릭스가 찾은 첫 번째 통로는 바로 DVD였다. 요즘 같으면 그게 그거겠지 하고 싶지만 비디오테이프가 대세이던 영화 렌털 시장에 DVD는 새로운 기술이었다. 이것을 정하자 그다음은 분명해졌다. 고객이 어디 있든 배송해야 하니 주문은 온라인 웹사이트로 처리했고, 고객 만족을 위해선 우편송달 시간을 줄여야 했다. 일일이 대여비를 받기도 번거로웠을까. 대여료는 월정제로 진화했다. 대여한 걸 반환한 후 새 DVD를 보내는 것이니 연체료를 받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온라인 스트리밍도 마찬가지다. 실상 DVD란 물건이 VOD(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로 바뀐 걸 제외하면 별반 달라질 것 없었다. 이미 서비스는 태반이 온라인으로 이뤄졌고, 정액제 월 회비는 오히려 더 낮출 수 있었다.

블록버스터 매장처럼 영화를 추천해 줄 점원이 없는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했다. 어차피 고객 정보가 차곡차곡 쌓이니 이걸로 개인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 줬다. 이것도 곁눈질 몇 번이면 구현할 수 있는, 나와 있는 기술이었다. 사용 데이터가 쌓여 갈수록 이 '시네매치'(Cinematch) 서비스의 정확도는 자연 높아졌다.

기술 우선이란 시각은 요즘 세상에 꽤 진부한 생각처럼 보인다. 새로운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혁신에 통로가 된 순간들이 있다.

경영서에서는 그럴듯할지 모르지만 기술지향과 가치지향을 나누는 것은 과한 이분법이 아닐까 한다. 많은 사례가 새로운 기술의 어깨를 짚은 가치혁신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 준다. 어쩌면 이 둘 사이에 기술증강 가치혁신이라는 작은 연결통로가 좁고 긴 회랑처럼 뻗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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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