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 "디지털화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현지 파트너될 것"

[창간특집]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 "디지털화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현지 파트너될 것"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시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디지털로 향한 발걸음은 한층 더 가속화하고 있다. DX 생태계의 인프라 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다. 대 격변의 시기 속 기업은 치열한 생존 전략을 구축한다. 350년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머크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의 시작은 소재부터 시작한다. 최근 머크그룹은 머크일렉트로닉스를 앞세워 반도체·디스플레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소재는 머크일렉트로닉스 신성장 동력으로 사업 매출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전자신문은 창간 39주년을 기념해 머크일렉트로닉스 수장인 카이 베크만 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을 보다 성장시킬 머크의 미래 전략을 들었다.

카이 베크만 머크 일렉트로닉스 회장은 “디지털로 향한 진화와 데이터 증가라는 세계적 대세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으며 소비자와 기업의 디지털 행동에 지속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추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머크와 한국은 이 산업의 혁신에 기여할 좋은 위치에 있다”라고 말했다.

-머크는 2020년부터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자율 주행과 스마트 시티 등 혁신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머크 혁신을 가속할 미래 전략은 무엇인가.

▲머크의 목표는 가장 현지화된 글로벌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고객사와 함께 미래 전자산업의 기술적 진화를 위해 전념할 계획이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머크는 한국이 전자산업을 견인하는 큰 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전자산업의 선두주자다. 머크 전략은 한국의 전자산업이 차세대 데이터 기반 메가 트렌드에서 계속 선도를 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파트너가 되겠다. 머크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 모두에서 강력한 전문 지식과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고 자신한다. 이를 토대로 한국 고객사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진화를 강조했다. 한국의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머크는 2020년 반도체 산업을 위해 한국첨단기술센터를 출범시켰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LCD 테스트 셀을 이전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제조 시설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적극적인 한국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또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기업은 전자산업 혁신을 선도한다. 머크는 혁신적인 한국 기업의 파트너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근 한국 고객사는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고객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한국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다. 앞서 머크의 목표는 현지의 글로벌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고객사 옆에서 고객을 위한 혁신과 생산 현장 네트워크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9일 머크는 실적발표 행사에서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6%라는 유기적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일렉트로닉스 사업의 새로운 '레벨 업' 성장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레벨 업에서 머크가 염두에 두는 건 △규모 △기술 △포트폴리오 △인력 및 역량 등 네 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혁신에 투자하고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것이다. 머크 주력 국가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는 한국이다.

-지금까지 한국 OLED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OLED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 이 분야 역할은 무엇인가.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스마트폰이 OLED 패널을 채택하고 있다. 2017년 그 비중은 24%였다. 올해는 40%까지 성장했고 2025년에는 58%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머크도 기존 OLED TV 소재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모바일 특화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 고객사에 소개하고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올해부터 모바일 향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모바일용 OLED 시장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노트북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본다.

현재 머크는 솔러블 OLED(OLED 패널 공정 중 하나, 용액을 직접 분사해 OLED를 양산하는 일종의 잉크젯 프린팅 방식)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저분자를 이용한 RGB 발광재료 효율과 수명, 색순도 향상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솔러블 OLED는 현재 파인메탈마스크(FMM)를 이용한 소형 OLED, 오픈 마스크를 이용한 대형 OLED로, 구현이 쉽지 않은 중간 크기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양산될 전망이다. 향후 이런 기술 간 경쟁으로 OLED 혁신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OLED 시장이 확대하면서 LCD 시장은 축소가 예상된다. 머크는 액정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이다. LCD는 사양 산업으로 봐야하는가. 머크는 LCD 시장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LCD는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지만 전반적인 액정 디스플레이 시장 위축에는 대응해야한다. 우리는 액정 기술의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스마트 안테나와 다이내믹 스마트 글라스가 대표적이다.

머크의 액정 소재를 사용하는 스마트 안테나는 물리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정지·이동 위성과 연결할 수 있다. 스마트 안테나는 위성과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차세대 지능형 안테나다. 고속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했던 고립된 지역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지원 한다.

머크가 개발한 다이내믹 스마트 글라스는 필요에 따라 투명도를 즉시 변경할 수 있다. 사적인 공간을 만들면서도 자연광이 유리를 통과할 수 있게 한다. 이 두 분야에서 머크 혁신은 독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창간특집]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 "디지털화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현지 파트너될 것"

-최근 미국이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 공급망을 재편했다. 일본은 대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바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이슈로 급부상했다. 머크는 국가별로 어떤 현지화 전략을 취하고 있고 재편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공급망 속에서 머크의 역할과 전략은 무엇인가.

▲머크 제품과 솔루션을 뒷받침하는 건 기술적 예측력을 갖춘 견고한 공급망과 탄력성이다. 우리는 세계 주요 제조업과 연구개발(R&D) 사업장을 확장해, 현지 공급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머크 공급망 위험 관리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큰 힘을 발휘했다. 우리는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지 입지를 활용해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원자재에서 최종 제품까지 재고 수준을 높였다. 하위 공급업체와의 전략적 관계도 보다 탄탄하게 했다.

공급 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충족하기 위해 한국과 대만,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 지역에 걸쳐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과 창고 및 재고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고객 가까이에 충분한 제품이 공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머크는 지난해 말 빅데이터 전문가를 디지털·데이터 책임자로 지명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머크는 소재가 아닌 데이터 부문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새로운 소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원재료와 제조 품질 관리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바로 여기가 데이터가 핵심이 되는 지점이다. 고급 데이터 분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머신러닝과 신경망 발전 덕분에 대규모 데이터세트 분석이 가능해졌다. 머크는 이를 토대로 팹 반응을 위한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또 공급망에 더 깊게 파고들기 위한 핵심 매개 변수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다. 머크는 매개 변수에 품질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디바이스 통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료 업체와 칩 생산업체의 공정 데이터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머크는 칩 생산에 필요한 전체 소재 단위 성능을 고객이 평가할 수 있도록 데이터로 제공하는 동시에 소재 품질과 관련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다. 그 후 데이터 레이크라 불리는 단일 데이터 플랫폼에서 우리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를 결합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머크와 고객사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데이터 전략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글로벌 화두다. 머크일렉트로닉스의 ESG 전략을 소개하자면

▲머크에게 지속 가능성의 가장 큰 화두인 '에너지 효율성'과 '녹색 기술'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머크가 소재를 개발할 때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UB-FFS 기술이 좋은 예다. UB-FFS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상용화된 액정 기술이다. 최근 대형 TV로 응용 분야를 확장했다.

대형 TV에서는 TV 해상도가 4K에서 8K로 높아지면서 에너지 효율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기 위한 액정 기술로 활용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광효율을 15% 향상할 수 있는데, 그 결과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 모든 TV가 15% 높은 광효율을 가진다면 연간 비행기 900대에서 배출되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앞세워 머크는 2030년까지 머크의 모든 가치 사슬에 지속 가능성을 적용할 계획이다.

[창간특집]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 "디지털화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현지 파트너될 것"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은

1965년 독일 하나우에서 태어났다. 1984년부터 1989년까지 다름슈타트 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1998년 근무와 학업을 병행해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머크에는 1989년 정보기술(IT)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정보 관리와 컨설팅 부서 임원으로 일했다. 2007년 머크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돼 기업 정보 서비스를 총괄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머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대표를 역임했다. 머크 최고행정책임자(CAO)로 그룹 인사,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조달, 사내 컨설팅, 사이트 운영 및 비즈니스 서비스와 환경, 건강, 안전, 보안, 품질을 총괄했다.

2011년 4월 머크 이사회 멤버로 합류, 2017년 9월부터 머크일렉트로닉스 CEO로 재직 중이다. 부인과 아들 한 명이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