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서상품권 '전금업 미등록' 관리 사각지대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관리 서비스
머지포인트와 유사…소비자 보호 불가능
상품권 발행사 "정확한 지침 없어 난감"
금감원 '미온적 태도' 시장 혼란 부채질

(사진=전자신문DB)
(사진=전자신문DB)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주요 문화·도서 상품권 발행사도 전자금융사업자 등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행하는 상품권의 용처가 선불 충전 형태로 가맹점에서 활용돼 전자금융사업 대상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소관 부처인 금융감독원은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미루고 있어 시장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문화·도서 상품권 발행사는 전금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금업 등록 없이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관리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상품권은 지류는 물론 온라인으로도 발행돼 선불 충전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용처는 영화, 도서, 게임, 식음료, 쇼핑몰, 자동차 정비 등 온·오프라인 상에서 다양해 전금업자 등록 요건을 충족한다. 머지포인트와 유사하게 사용되지만 전금업자 라이선스가 없어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보호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자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한 한 핀테크 대표는 “문화상품권 등은 친숙한 지불 수단이지만 사용자 예치금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금융당국도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권 발행업자는 난감한 입장이다. 정부가 라이선스를 의무화한 것도 아니고 정확한 지침도 주지 않고 있다. 인지세법도 문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별도의 등록·허가 없이 인지세만 내면 누구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상품권법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자유로운 기업 경제 활동 보장 등을 이유로 1999년에 폐지됐다. 결국 관련 기업은 낙전 수익 등 상품권업 특성 때문에 전금업 등록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상품권 발행사가 전금업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선불전자지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은 있다. 총발행 잔액이 30억원 이하이거나 100% 지급보증 또는 상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문화·도서 상품권 발행업자는 대부분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 발행 3위 기업인 한국페이즈서비스는 “총발행 잔액이 면제 기준에 해당하지만 사업 확장에 따라 분기별 평잔액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을 고려, 금감원과 전금업 등록 여부를 추가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어정쩡한 금감원 태도로 시장 혼선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금감원은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등록 선불업자뿐만 아니라 미등록 업체까지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문화·도서 상품권 발행사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별도로 상품권 업체를 파악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여러 형태의 상품권을 관리·감독하는 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 상당수가 핀테크 서비스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모호한 상품권 관리 체계는 명확하지 않은 소관 부처에도 책임이 있다. 금융위원회(여신전문금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기획재정부(인지세법), 공정거래위원회(지류형·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소비자기본법 등), 문화체육관광부(문화예술진흥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중소벤처기업부(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이 상품권 관련법을 담당한다. '상품권 유통질서 확립 및 상품권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홍익표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상품권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품권 관련 법률과 소관부처 현황 (자료: 금융위원회)

문화·도서상품권 '전금업 미등록' 관리 사각지대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