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84〉바람에 빗대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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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T 분석. 우리말로는 스워트라고 부른다. 전략기획의 필수 도구다. SWOT는 네 가지 구성요소를 나타내는 약어다. 각각은 우리말로 강점(S), 약점(W), 기회(O), 위협(T)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관리자에게 문제점과 연관된 기회와 가능한 위협에 집중하도록 한다.

이것엔 두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하나는 앨버트 험프리(Albert Humphrey)가 착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자신은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 자체가 모순덩이라는 점이다.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을 한 면에 넣어 해법을 찾고자 한 이 착안이야말로 모순에서 통찰을 찾은 셈이다.

혁신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아니 조그마한 단서라도 있다면 기업의 난제는 반토막 된다. 이것을 위해 조직된 그 많은 부서들을 두고서도 정작 아이디어만이라도 찾아보자는 노력은 헛손질로 끝나기 일쑤다. 움켜쥐면 쥘수록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정작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너무도 흔해서 종종 어디든지 널려 있는 듯해 보인다. 심지어 누군가는 실패조차 편만하다고 표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례는 얼마든지 있지만 어느 대가가 든 두 사례만 따져 보자. 웬만한 자동차 마니아도 포드의 에드셀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대실패의 상징 격인 탓이다. 중절모에 정장을 한 채 차 옆에 선 에드셀 광고는 풍요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야말로 미국 중산층의 한 단면을 상징하는 듯했다.

거기다 이건 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세심하게 기획된 브랜드였다. GM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뭔가를 상징했다. 하지만 자동차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실패로 기억된다. 잘못된 기획이었지만 시장과 취향의 거대한 변곡점에 선 탓이었다.

포드는 의아했다. 최고의 기획, 시장 조사, 디자인이 실패한 게 무엇 때문일까. 분명한 건 이 시장이 작동하던 기본 가정에 반하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시장은 계층 취향에서 우리가 지금 '라이프스타일'로 부르는 뭔가로 바뀌고 있었다. 이렇게 포드가 내놓은 것이 바로 머스탱이었다. 최고 기업 포드를 재건한 그 자동차 말이다.

노보카인은 잘 알려진 국부 마취제다. 알프레트 아인호른이 1905년에 처음 합성했다. 합성 당시 의도는 수족 절단 같은 대수술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외과의사들은 이 같은 수술에 국부마취 대신 전신마취를 선호했다.

언젠가부터 치과의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아인호른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귀한 발명이 오용되는 셈이었다. 그는 여생 동안 여러 차례 치과학교를 방문해서 노보카인 합성 이유와 오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난 셈이었다. 하지만 이 알레르기가 거의 없는 이 마취제의 인기는 충분했던 듯하다.

'바람 송(頌)'이란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바람은 자리가 따로 없습니다 / 궁둥이를 붙일 틈을 주지 않습니다 / 꽃 이파리가 흔들릴 때 /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 / 깃발이 펄럭일 때 / 바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혁신도 같은 모양새다. 손에 쥘 틈을 주지 않는 듯 보이지만 어디든 있기도 하다. 증거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시인은 “바람은 소리가 있습니다 / 살아 있는 증표입니다”라고 증명한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84〉바람에 빗대어 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