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뿌린 '사업보국' 씨앗, 중소기업 제조 혁신 열매 맺는다

“세계 최고 금형 기술을 가진 삼성이 우리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세계에 없는 금형을 만들라고 조언했습니다. 하루하루가 힘든 시기지만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힘이 납니다.”

50년 넘게 금형 제조를 해온 한 중소기업 회장은 '삼성'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인다. 숱한 위기를 거쳐 온 그에게도 코로나19라는 변수는 내일을 담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고난이다. 그러나 그는 삼성전자 지원으로 시작한 제조혁신 프로젝트를 지속 수행하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기회도 다시 찾아온다고 굳게 믿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건우정공은 연간 매출 100억원 대 금형제조사다. 자동차, 배터리, 전자제품 금형이 주업이다.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해 왔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금형생산기업 건우정공에서 박순황 건우정공 회장(왼쪽)과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임선우 프로(오른쪽)가 CNC 가공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금형생산기업 건우정공에서 박순황 건우정공 회장(왼쪽)과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임선우 프로(오른쪽)가 CNC 가공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는 3월부터 약 5주간 삼성전자 지원 아래 제조혁신을 추진했다. 금형업 핵심인 납기 관리와 근로자 개인 역량과 경험 의존도를 낮추는 게 목적이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전문가는 해당 기간 회사에 상주하며 설계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설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양한 고객사 제품을 다루는 업종 특성상 어려웠던 설계·생산 과정을 수치화, 자동화했다. 시스템 구축에 그치지 않고 사업장 곳곳을 누비며 무려 35개 개선점을 파악, 생산 효율과 작업 안전을 높이는 프로세스까지 통합했다.

박순황 건우정공 회장은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둘러보며 세계 최고 기업의 금형 기술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그 노하우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는데, 이번에 삼성 전문가가 전수해주는 것을 보고 대기업의 역할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건우정공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설계 자동화로 기존 대비 설계 시간이 20% 단축됐다. 연내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출퇴근 관리, 안전관리, 맞춤형 대차, 자재 보관 개선 등 사업 전반을 개선해 업무 효율성도 높였다. 무엇보다 정보기술(IT)을 비롯해 근무 여건 변화에 소극적이던 직원 인식 전환이 의미가 컸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금형생산기업 건우정공에서 박용준 건우정공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임선우 프로(맨 왼쪽)가 자동차 배터리용 금형 설계를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금형생산기업 건우정공에서 박용준 건우정공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임선우 프로(맨 왼쪽)가 자동차 배터리용 금형 설계를 점검하고 있다.

박용준 대표는 “큰 IT시스템부터 작업장 동선, 대차 크기 조정 등 사소할 수 있는 부분까지 개선을 도와주면서 직원들도 효과를 체감하고 변화에 동참했다”며 “특히 삼성전자 자체 냉각기술 등을 활용해 일부 제품의 시험 사출 생산율이 200%나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건우정공처럼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중소·중견기업은 전국에 2500개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했고, 2018년부터 중소벤처부와 5년간 1100억원을 투입하며 지원을 확대했다. 같은 해 12월 스마트공장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김종호 전 글로벌품질혁신실장(사장급)을 임명하는 등 체계적 지원 조직을 만들었다. 여기에 제조 현장 혁신, 공장 운영 시스템, 제조 자동화 등 분야에서 200여명 전문가를 선발, 현지 밀착 지원을 돕는다.

이런 활동은 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이념인 '사업보국(기업을 일으켜 국가에 기여)'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생전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선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돼야 한다. (2010년 대통령 기업인 조찬 간담회)” “지식과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나눠야 한다. (2013년 신년사)” 등 꾸준히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했다. 상생 경영 뜻을 이은 이재용 부회장 역시 '동행'을 강조하며 우수 협력회사 대상 인센티브 지급 △3조원 규모 협력회사 지원 펀드 운영 △산·학 협력에 매년 1000억원 투입 △혁신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1조5000억원 규모 미래기술육성사업 운영 등에 나서고 있다.

안산=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