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 반도체 대란 속 저급 모델로 하향 제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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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조업계가 반도체 공급난 대응책 일환으로 저급 모델 제품을 재설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대란이 빠르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조업계에서 제품 생산을 위한 궁여지책까지 동원 중인 셈이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체들이 반도체가 필수가 아닌 저급 모델로 제품을 재설계하거나 반도체를 제외한 미완성 상태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매체는 “글로벌 공급난이 단기 이벤트에서 장기 과제로 부상하면서 일부 기업이 제품을 재설계하고 생산라인을 바꾸고 있다”고 썼다.

그동안 제조업계는 화면이나 무선 통신 등 디지털 기능을 제품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지만, 최근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한 예로 보스 프로덕트는 제설차 블레이드를 조종하는 조이스틱에 컴퓨터 칩을 탑재해 왔지만 현재 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칩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직원들이 과거 칩 없이 조이스틱을 생산했던 데 착안한 것이다.

공항과 대학 등 경비원용 소형 전동차를 생산하는 T3 모션 역시 컴퓨터 칩과 전자 제품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재설계하고 있다. 이 업체는 전동차에 배터리, 조명, 사이렌 등 다양한 제어 기능을 넣는 대신 전동차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프로세서로 제어할 수 있도록 제품을 다시 만드는 중이다.

레크리에이션용 차량 제조사 폴라리스는 GPS 화면이 없는 차량을 우선 배송하고, 이후 화면이 도착하면 이를 기술자를 통해 설치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제품을 지속 생산, 배송하려면 현재로선 반도체 칩이 필요한 부품을 빼고 배송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스노모빌 등을 생산하는 캐나다 제조업체 BRP도 마찬가지다. BRP는 고객에게 칩이 필요한 전자 보안 시스템을 제외하고 스노모빌을 배송했다. 이 회사는 해당 부품을 구할 수 있는 내년에 시스템을 설치해주겠다고 고객에게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대란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