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인사]구광모 실용주의, 변화와 혁신 속 고객가치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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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안정의 적절한 균형을 이뤘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에 대한 평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급격한 세대교체보다는 변화와 혁신 속에서 안정을 꾀하는 인사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표적 전략통인 권봉석 LG전자 사장을 그룹 2인자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으로 승진 배치하면서 미래 청사진을 그리게 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에는 해외 사업에 밝은 조주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최고경영자(CEO) 사장으로 승진 발탁하며 사업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능력'과 '실용성'을 강조한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이번 인사에도 반영돼 그룹 전반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재편, 글로벌 사업 확장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권봉석 (주)LG 대표이사 사장
<권봉석 (주)LG 대표이사 사장>

◇㈜LG, 경영전략·지원부문 신설

올해 LG그룹 임원 인사 최대 화두였던 '포스트 권영수'에는 권봉석 LG전자 CEO가 낙점됐다. 1987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뒤 2013년 말부터 1년 동안 ㈜LG 시너지팀장 재직을 제외하고 줄곧 LG전자에만 근무한 '전자맨'이다. ㈜LG 시너지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경영 수업을 받던 구 회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올레드TV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 시장 지배력 확보에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부터는 적자에 허덕이던 MC(스마트폰)사업본부를 총괄하며 구조개편과 사업 청산까지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역량을 보여줬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도 신가전 판매와 전장사업 등 신사업을 꾸준히 추진, 지난 2년간 LG전자는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룹 2인자이자 구 회장 최측근에서 보좌하면서 그룹 전반 전략 수립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가려 2위에 머물렀던 TV사업을 올레드 TV로 새 시장을 열었던 경험과 적자 늪에 빠졌던 MC사업본부 철수를 주도한 결단력, 미래차 분야를 새 먹거리로 지목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통찰력 등이 그룹 전략 수립에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COO 산하에 미래 신규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담당할 경영전략부문과 지주회사 운영 전반과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 역할을 수행할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했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고객 가치 구현을 위한 계열사 지원과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경영전략부문에서는 현 경영전략팀장인 홍범식 사장이 부문장을, 재경팀장(CFO)인 하범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됐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새 수장 맞은 LG전자, 성과주의 바탕 MZ세대 임원 등장

LG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고객가치 최우선 경영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할 인사를 전면 배치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권 사장과 같은 1987년 금성사에 입사해 캐나다·미국법인장과 CSO를 역임했다. LG전자 내부에서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꼽히는 그는 2019년부터 전략기획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총괄했다. 특히 북미지역대표 재임 당시 글로벌 시장에 본격화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선제 대응하고, 북미 가전 시장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테네시 주 클락스빌에 세계 최고 수준 지능형 자율공장 설립을 주도하는 결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최근 2년 간 CSO를 맡으며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사내벤처, 사내 크라우드 소싱 등 혁신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조 사장을 비롯해 올해 LG전자 승진 규모는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9명, 상무 37명 등 총 50명이다. 지난해 승진 규모 56명(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9명, 상무 43명)과 비교해 다소 줄었다. 대신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내부 인재는 물론 미래 준비를 위한 여성, 외부 인재를 전면 배치하는 등 변화를 보여줬다.

김병훈 LG전자 CTO 부사장
<김병훈 LG전자 CTO 부사장>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병훈 CTO 겸 ICT기술센터장은 6세대(G)통신,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를 이끌게 된다.

이삼수 최고데이터책임자(CDO)와 장익환 BS사업본부장 역시 부사장으로 승진, 각각 디지털전환과 프리미엄 IT제품 중심 사업구조 전환을 책임진다.

이삼수 LG전자 CDO 부사장
<이삼수 LG전자 CDO 부사장>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른 파격 승진도 나왔다. 지난해 외부 영입한 장진혁 상무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한 성과로 1년 만에 전무로 승진시켰다.

또 고객 라이프 스타일과 시장 흐름을 분석해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기여한 권혁진 책임연구원, 데이터 기반 이종산업 융합서비스 발굴에 탁월한 역량을 보였던 신정은 책임연구원 등 여성인재도 상무로 승진했다. 1980년생인 신 상무는 이번 승진 임원 가운데 가장 젊다.

여기에 성신여대 교수를 역임했던 이향은 상무, 글로벌 기업 P&G에서 근무했던 김효은 상무 등 뛰어난 외부 인재도 영입했다.

◇LG전자, 고객가치 혁신 방점 조직개편

LG전자 조직개편은 '고객가치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구 회장이 수차례 강조한 '고객 불편점(페인 포인트)'를 해소해 고객감동과 고객 가치를 실현하라는 주문에 따른 변화다.

LG전자는 고객경험 고도화를 위해 CS경영센터를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했다. 부문장은 (주)LG 전자팀장을 역임한 정연채 부사장이 맡는다.

CSO부문 산하 고객가치혁신담당은 고객가치혁신사무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이관된다. 사무국은 고객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상품기획, 제품개발, 영업 등 경영전반에 반영한다.

고객경험 기반 신사업과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 산하 고객경험혁신실을 '고객경험혁신담당'으로 격상했다. 올해 7월 신설한 CDO(Chief Digital Office)부문에서는 디지털전환 가속화를 위해 AI빅데이터실이 AI빅데이터담당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 부사장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 부사장>

4개 사업본부 BS사업본부장은 장익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총괄한다. VS사업본부장은 VS스마트사업부장을 역임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 높은 성장세를 이뤄낸 은석현 전무가 이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전무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전무>

H&A사업본부 산하에는 냉장고사업담당을 신설한다. 또 베트남생산법인 내에 냉장고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하고, 생활가전 전반 제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 산하에 베트남생산담당을 둔다.

HE사업본부는 TV사업운영센터를 신설해 TV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또 TV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플랫폼사업담당 산하에 컨텐츠서비스담당을 신설한다.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미래기술센터장을 역임한 김병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는다. 미래기술센터는 정보통신 분야의 미래핵심기술과 공통기반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ICT기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센터장은 김병훈 신임 CTO가 겸임한다.

김 CTO는 올 초 세계 최대 전기·전자공학 기술전문가 모임인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통신 분야 전문가로서 역량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IEEE 펠로우(석학회원)로 선정된 바 있다. B2B 분야의 기술과 사업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CTO부문 산하의 선행R&BD센터는 B2B선행기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CSO부문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준비를 가속화하기 위해 M&A실을 M&A담당으로 격상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