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92>혁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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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일종의 절대 반지다. 니벨룽겐엔 여러 설이 있지만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의 오페라에서 이들은 난쟁이족이다. 이 니벨룽겐의 반지가 얼마나 대작인지 보통 4부작으로 나눠 나흘 동안 공연한다. 전작을 듣고 난 대단한 애호가들의 평은 각양각색이다. 그 가운데 가장 공감되는 감상평은 “몸살이 날 것 같았습니다”였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더 가치 있는 제품을 더 싸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는 데 논쟁은 없겠다. 그러나 이것으로 통하는 통로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들을 때는 그럴 듯 해도 직원에게 설명하려 하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사례를 많이 들지만 사례는 얼마든지 달라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때 필요한 건 결국 추상 개념이다.

생산가능변경이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 경제학에선 동일한 투입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품 조합을 말한다. 여기서 기업에는 두 가지 혁신 전략이 있다.

하나는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동일한 비용이면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면 된다. 동일한 가치를 더 저렴하게 제공해도 결론은 같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언젠가 생산성 극단에 이르고, 극한의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럼 이것으로 끝일까. 물론 보통 경영진이라면 이러고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생산성 변경은 수없이 많은 비용-가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니 당신이 다른 기업과 차별되고 그 수익을 지속하려면 다리 하나를 더 건너야 한다.

즉 진정한 완성은 이 긴 생산성 변경에서 최적의 비용-가치 조합을 찾는 데서 온다. 물론 이것은 내가 어떻게 다른 기업과 다른 가치로 효율화하고 전달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된다.

모든 성공 기업은 첫 번째 다리를 나름의 방법으로 건넌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은 두 번째 다리를 건너는 통행권을 구했고, 그제야 비로소 이 전당에 입성했다. 사례가 있는지를 묻는다면 답은 '무한하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케아는 어떨까. 이곳의 비용-가치 비율은 업계 최고다. 그렇다고 이곳 제품이 가장 저렴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반면에 고급 제품인가 하면 당연히 우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나 이케아의 비용-가치 조합은 단연 최고다. 물론 이런 조합이 그 전에 없던 창조물은 아니다. 조립 가구가 이케아의 창조물도 아니다.

그러나 이케아의 스타일, 모던함, 선택 다양성, 느슨한 쇼핑 분위기, 집을 모조한 디스플레이, 여기에 물론 꾸미지 않은 매장과 드문드문 판매원, 조립식에 어쨌든 납작하게 포장한 물건으로 이케아의 생산성 변경은 경쟁 기업이 감히 모방하지 못할 것으로 완성된다.

북유럽 전설에 따르면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영웅들의 혼은 한 곳으로 모여 영원한 연회를 벌이게 된다. 발할라라고 불리는 곳이다. 니벨룽겐의 반지 전야격인 '라인의 황금' 피날레는 신들이 발할라로 들어가기 위해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는 장면이다.

바그너의 '신들의 발할라 입성'을 틀어 놓고 이 경구 하나를 곱씹어 봐도 좋겠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차이라는 황금열쇠를 얻고서야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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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