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 "새시장을 직접 만들면 지속 성장"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 "새시장을 직접 만들면 지속 성장"

“산업용 테이프 기업 매출은 2000억원이 한계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국내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그 이상은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면 성장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현에스티가 반도체, 자동차, 수소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 이유입니다.”

경기 화성시 대현에스티 본사 건물에 들어서면 대형 현수막에 적힌 글귀를 만날 수 있다. '비전 2550 달성'. 2550이란 숫자가 생소해 물었다. 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는 “2025년까지 5000억원 매출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현에스티 올해 매출은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3~4년 안에 매출이 배 이상으로 늘어야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 엄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현에스티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는 것이다.

대현에스티는 1999년 산업용 특수테이프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누구도 국내 1위 산업용 특수 테이프 기업이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20여년 넘게 한 우물을 판 결과 산업용 테이프 분야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대현에스티 성장 비결과 비전 달성 전략을 엄 대표에게 들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 "새시장을 직접 만들면 지속 성장"

대담=장지영 소재부품부 부국장

-대현에스티 창사 이후 22년 동안 산업용 특수 테이프을 만들어왔다. 국내 최고 수준 기술력을 자랑한다. 회사 설립 당시 상황은 어땠나.

▲산업용 테이프 개발 엔지니어 출신 심춘택 회장이 대현에스티를 창업한 데는 '국산화' 목표가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테이프는 대부분 외산이었다. 미국과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심 회장은 우리도 충분히 해외와 견줄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독자적인 연구개발(R&D)로 산업용 특수 테이프를 국산화한다면 국가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 실제 대현에스티는 국산화에 성공했고 현재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작은 중소기업으로 시작했다. 회사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업 초기에는 시장 공략이 쉽지 않았다. 매출도 많지 않았다. 회사가 제1의 도약을 하게 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모바일 분야에서 기회가 있었다. 당시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내열 테이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에 기계적 스위치(버튼)를 접촉시키는데 이물질이 끼거나 접점이 안돼 발생하는 불량을 없애기 위해 내열 테이프로 완전 막아버리는 방식이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 내열 테이프는 3M사가 독점 공급하는 상황이었다. 고객사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적절하게 공급하기 어려웠는데, 대현에스티가 세계 최초 실리콘 점착 내열 테이프를 국산화에 성공하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보호 필름 시장에 직접 진출하게 됐다.

-모바일용 특수 테이프가 주력 사업이라고 알고 있다. 모바일에서 시작해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어떤 쪽으로 공략하고 있나.

▲모바일용 보호필름은 사출 보호용, 윈도우 공정·출하용 보호필름, 소비자 사후서비스(AS)용 보호필름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 주요 고객과 협업해 친환경 보호 테이프, 고기능성 특수 테이프를 개발해 시장을 확대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용 빛반사 방지필름(Anti Reflection) 기능과 항균 성능을 갖춘 제품까지 만들었다.

모바일용 특수 테이프는 대현에스티 매출 비중 가운데 40~50% 정도다. 단순 내열 테이프만 공급했다면 회사가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객 요구 사항을 지속 반영한 신제품 개발이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됐다.

-모바일 외 다른 사업 영역도 지속 발굴하고 있다.

▲배터리용 특수 테이프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이기도 하다. 배터리용 테이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이 독점하고 있었다. 대현에스티는 국내 주요 배터리 대기업과 협업해 모바일용 각형·파우치형 소형 전지에 사용하는 절연 및 마감 테이프 국산화에 도전했고, 결국 성공했다. 이후 중·대형 배터리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해외 시장에는 2015년 진출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인 S사 모바일 시장을 시작으로 2019년 하반기부터 P사, N사 등 전기차 시장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진출은 쉽지 않다.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인증 조건이 까다롭다. 대현에스티는 우수한 품질로 인증을 통과했다. 최근 수소연료전지용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서브가스켓도 완성차업체 승인을 받고 양산을 시작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 "새시장을 직접 만들면 지속 성장"

-대현에스티가 품질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들었다. 특히 엄 대표가 회사에 합류하면서 품질 관리에 보다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무선사업부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 승인 업무를 담당했다. 대현에스티에서도 제품 품질 혁신이 없으면 사업이 어렵기 때문에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 외산 제품 대비 고객 맞춤형 제품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시장에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고객사를 만족시킬 수 없다. 대표를 맡게 된 후 회사 내부적으로 품질 혁신과 생산성 향상, 원가 혁신 등 프로세스 혁신을 가속화했다. 품질에 집중한 결실이 사업 확대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단순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혁신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방식의 선행 개발도 추진 중이다.

-앞서 2550 비전을 봤다. 2025년까지 5000억원 매출 달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전략을 세웠나.

▲산업용 특수 테이프 시장 규모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지속적으로 신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해야 한다.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라면 새로운 영역을 뚫으면 된다. 대현에스티엔 신시장이 반도체, 카멜레온 필름, 수소 감지 센서 등이다.

-반도체용 특수 테이프 중 국산화와 세계 최초 제품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어떤 제품들인가.

▲반도체용 특수테이프 역시 외산이 독점하고 있었다. 반도체용 특수 테이프는 일종의 방열 테이프다. TV와 모니터, 노트북에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 들어가는데 열이 많이 발생한다. 이 열을 신속하게 배출하고 분산시키는 역할을 방열 테이프가 한다. 쿨링 팬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2017년 기존 방열 테이프보다 성능을 대폭 향상 시킨 테이프를 개발했다. 국내 최초다. 2019년 국내 대기업에 승인을 받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반도체용 특수 테이프 기술력을 축적, 신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용 방습 테이프다. 기존에는 없던 제품이다. 반도체에 습기가 들어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세계 최초라고 봐도 된다. 최근 급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에 특화한 고효율 방열 테이프와 방습 테이프 기술도 확보했다.

-또 다른 대현에스티의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카멜레온 필름과 수소 감지 센서가 있다. 카멜레온 필름은 정품 보안 라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했다. 기존 라벨 기술은 복제 취약성이 있고 확인 절차가 복잡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카멜레온 필름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사람 입김에 반응해 바로 확인 가능한 정품 보안 기술을 개발했다. 카멜레온 필름은 올해 7월부터 뷰티 제품에 양산 공급하고 있다. 습도 감응을 포함해 온도와 자외선(UV)에 반응하는 복합 기능을 적용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품 인증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했다. 앞으로 고가 제품 위·변조 방지 정품 인증을 필요로 하는 보안 시장에 확대 적용 예정이다.

수소 감지용 센서는 친환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수소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이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로 판단했다. 아주대와 협력해 수소 누설 시 안전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수소 누설 감지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신규 사업이 산업용 특수 테이프 시장의 미래이며 우리가 창출한 신시장이다. 신규 사업 하나하나가 모두 비전 2550을 달성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것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 "새시장을 직접 만들면 지속 성장"

-경영 노하우를 듣고 싶다. 엄 대표 취임 후 회사는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회사 경영 철학은.

▲2016년부터 경영 혁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3P와 3실'이다. 3P는 제품(Product), 프로세스(Process), 사람(Person)을 혁신하는 것이다. 우선 각 부서 업무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을 변경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제품 개발과 생산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개선했다. 국내 영업과 해외 영업으로 분리됐던 조직을 통합하고 지역과 영업군에 맞춰 팀 체제를 도입했다. 적극적 선행·신규 개발을 위해 기술연구소와 글로벌 영업부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회사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경영전략팀과 전략 마케팅팀도 만들었다. 임직원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 체계도 개편하고 유연한 사고와 업무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며 회사를 혁신시키고 있다.

3실은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고객 가치를 실현하는 '성실' △고객 신뢰를 추구하기 위한 '진실' △간절한 자세와 가슴을 울리는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실천하는 '절실'이다. 이러한 철학은 결국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새해 대현에스티의 경영 목표는.

▲2022년 새해에는 20% 매출 성장을 이뤄 24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신규 사업 아이템인 카멜레온 필름과 수소센서 상용화에 집중할 것이다. 반도체용 방열·방습 테이프 등 특수 기능성 테이프 시장을 확대해 대현에스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 "새시장을 직접 만들면 지속 성장"

○엄주흥 대현에스티 대표는…

1965년생으로 1983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 음향사업부와 무선사업부에서 33년 동안 일했다. 2016년 대현에스티에 합류한지 3년 만에 대현에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아주대 경영대학 MBA 석사다. 2017년부터 출근 후 전 임직원 생일과 입사기념일을 직접 챙기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칭찬 릴레이' 문화를 정착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 대현에스티는 1000번째 칭찬 릴레이 주인공이 탄생했다.

정리=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