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서둘러야

[블록체인 칼럼]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서둘러야

올해 들어 가상자산에 대한 해외 각국의 대응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상자산 개념과 용어 정립, 이를 기반으로 한 시의적 입법 활동이 활발하다. 다양한 진흥 및 규제정책 수립과 감독기관 지정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은 작년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일명 특금법)을 발효시키고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를 가상자산 책임부처로 공표했다.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신고가 아니라 실질적 인가제라는 업계 지적과 업권의 첫 제도적 진입이라는 주장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이제 가상자산 산업은 국내에서 출발점에 섰다.

P2P 금융은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대출을 중계하는 플랫폼 사업이다. 초기 P2P 금융이 일반 대부업으로 인지되어 운영되다가 시장과 소비자 반응에 따라 독자적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정식 인정을 받은 사례를 감안하면 가상자산 금융산업도 이와 유사한 성장 단계를 거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제도적 금융으로 인지될 날이 곧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산업은 소비자 보호와 산업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 명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방법론에서는 아직 공식적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산·학·연·관의 사회적 공감을 모으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가상자산은 정부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선도적으로 정부가 사회적 중지를 모아 제도적 바탕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국회 협조를 얻어 새로운 업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제도 마련을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가상자산의 법적 실체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 EU 및 일본 등은 가상자산 개념과 실체를 법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암호자산, 암호 화폐, 가상화폐, 가상자산 등 의미가 거의 동일한 다양한 관련 용어도 통일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실체 규명보다는 세금의 목적물로 지정되어 2023년부터 일반자산과 마찬가지로 과세할 예정이다.

만약 세금을 부과한다면 가상자산을 기업 재무 상태나 개인 재산 형성에도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반영하는지에 대한 계획이나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국회를 통해 가상자산 업권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10개 이상의 가상자산 업권법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가상자산 소비자 보호와 산업 진흥 관련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한쪽에 치우친 법안도 많다. 현재 가상자산은 가격 등락이 심하고 발행 주체의 경영 투명성과 실제적인 생태계 운영에 대한 감시 조정기구가 없다. 기껏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가격을 기반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은 그간 역사가 400년 이상 된 근대 자본시장 주역으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제도로 정착했다.

엄격한 상장 조건 및 감시 활동과 각종 compliance 등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은 이러한 제도적 준비 없이 시장의 일방적 거래 활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업계의 자정 노력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와 가상자산 발행기관을 모두 포함하는 가상자산 상장, 폐장 및 필요 준법감시에 대한 종합적 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식시장에 대한 벤치마킹과 가상자산거래의 독자적인 특징을 결집한 창의적 발상이 요구된다. 제도적 준비 없는 단발적인 규제로는 소비자 보호 목적을 결코 달성할 수 없다.

가상자산 산업은 기존 법정화폐 기반의 전통금융을 혁신하는 신산업이다. 가상자산 수탁, 대출, 운영 및 다양한 파생상품 개발 등 가산자산 금융을 통해 송금 및 결제 수수료 절감, 수익 증대, 거래 신속성 및 보안 강화 등 새로운 가치를 생성한다.

또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기존 산업의 혁신 및 재편이다. 분산원장 공유 기반의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통해 산업의 가치사슬 관리 혁신, 경비 절감, 수익 증대, 고객만족 확대, 보안 강화 및 경영 민주화 등을 통한 혁신을 달성한다.

가상자산 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존 산업 거버넌스 프레임에 근거한 각종 규제 및 제한과 지원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수술이 시급하다. 산업의 부분 및 단계별 관리가 아니라 일괄 관리가 가능한 전담 부처(책임 부처가 아니라) 지정이 필요하다. 단독 부처가 불가하면 분야별로 복수의 전담 부처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며, 이와 더불어 가상자산 산업 진흥법 제정이 시급하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wb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