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엔터업계 'NFT 사랑'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의 신규산업 발굴 노력이 두드러진다. 전성기를 맞고 있는 K-팝 음악산업은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비대면 기조와 함께 현실-가상조합 메타버스(Meta+Universe)와 대체불가토큰(NFT)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시장 움직임에 따라 가치 범위가 책정되는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최초 소유권·판매 이력 등 고유 인식값을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 위변조 불능의 고정적 가치를 띤다는 점에서 콘텐츠 디지털화 기초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 NFT. 엔터업계는 과연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엔터테인&에서는 NFT 모습과 미래를 함께 살펴본다.

◇국내 엔터업계, NFT 향해 잰걸음

엔터업계 NFT 진출은 미시·거시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거시 구도 NFT 진출은 기존 블록체인 기업과의 연대다.

하이브(HYBE)는 지난해 11월 회사설명회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의 합작법인 설립과 함께 NFT 진출을 선언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하이브 제공)
하이브(HYBE)는 지난해 11월 회사설명회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의 합작법인 설립과 함께 NFT 진출을 선언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하이브 제공)

하이브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플랫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스왑딜을 통해 NFT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으며, JYP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7월 두나무와의 지분투자 관계 형성과 함께 NFT 진출을 가시화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블록체인 인프라 공급자인 바이낸스와 전략 파트너십 체결로 NFT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을 선언했다.

[엔터테인&]엔터업계 'NFT 사랑'

SM엔터테인먼트는 NFT 기업과 가시적 협업 이슈는 없지만 지난해 11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 재단 주최 콘퍼런스 '브레이크포인트 2021'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프로슈머 경제와 NFT:엔터테인먼트의 넥스트 레벨로 향하다'라는 주제 기조연설과 함께 소속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NFT와 메타버스를 연계한 사업방향성을 역설한 점과 더불어 그룹 '에스파'로부터 본격화된 SMCU(SM Culture Universe)를 내세워 NFT 저변을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 컨퍼런스 breakpoint 2021 기조연설중인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록체인 컨퍼런스 breakpoint 2021 기조연설중인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FNC엔터테인먼트는 더판게아와 공동으로 NFT 발행 프로젝트 '모먼트 오브 아티스트(Moment of Artist)'를 추진, 가수 SF9을 시작으로 FT아일랜드·씨앤블루·엔플라잉·AOA, 배우 정해인·이동건, 예능인 김용만·노홍철·문세윤 등 영상콘텐츠를 디지털 컬렉터블 형태 NFT로 발행 추진하고 있다.

종합 마케팅기업 FSN과 협력해 NFT 연계사업 추진을 선언한 어비스컴퍼니, 디지털 엔터·블록체인 게임개발사 애니모카 브랜즈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큐브엔터 등 내로라하는 엔터사가 기업 협력과 조직개편 등 움직임으로 NFT 대열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애니모카 브랜즈와의 협력을 통해 NFT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애니모카브랜즈의 자회사 더샌드박스의 세바스티앙 보르제(Sebastien Borget) 대표(왼쪽)과 기념촬영중인 안우형 큐브엔터 대표.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애니모카 브랜즈와의 협력을 통해 NFT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애니모카브랜즈의 자회사 더샌드박스의 세바스티앙 보르제(Sebastien Borget) 대표(왼쪽)과 기념촬영중인 안우형 큐브엔터 대표.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필굿뮤직과 협업을 시작으로 블록체인 엔터 프로젝트 '탈(TaaaaaL)'을 추진 중인 스토리텔링 그룹 컨트롤 코퍼레이션과 NFT 프로젝트 '도지사운드클럽' 파트너십 연대 등 신진 엔터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NFT 발행 등 미시적 차원 움직임도 있다. 방송사 MBC는 2021년 국내 최고 '밈'으로 기억되는 '복면가왕' 개그우먼 신봉선의 리액션, '무한도전' 무야호 영상 등 NFT 발행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티스트 개인 NFT 발행도 빈번하다. 배우 강동원은 지난해 말 유튜브 라이프&스타일 채널 '모노튜브'를 통해 진행한 두 번째 '목공라이브' 영상을 NFT로 발행, 판매액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기부했다.

최근 배우 겸 미술가 구혜선이 NFT 발행한 미술작품.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최근 배우 겸 미술가 구혜선이 NFT 발행한 미술작품.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배우 구혜선·하정우는 각각 자신 미술작품을 NFT로 발행하며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발산했고, 래퍼 마미손은 일러스트레이터 갈리에라 작가와 컬래버 'TGOA-123 마미손' NFT를 발행하며 판매액을 미혼모가정에 기부한 일로 화제가 됐다.

다이나믹 듀오 개코도 최근 NFT 거래소 '할리데이즈' 프로젝트를 통해 컬래버 미술작품 'Studio Muse'를 발행했고, 가수 선미·세븐 또한 NFT계 다크호스 '메타콩즈'와 협력을 통한 NF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역주행 희망아이콘' 브레이브걸스 또한 M브레이브걸스라는 이름의 콘텐츠 NFT를 발행했다.

아트테이너로도 활약중인 다이나믹 듀오 개코가 참여한 NFT 프로젝트 Studio Muse. (사진=할리데이즈 제공)
아트테이너로도 활약중인 다이나믹 듀오 개코가 참여한 NFT 프로젝트 Studio Muse. (사진=할리데이즈 제공)

여기에 크리에이터 킴닥스(김다은)가 자신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구독자와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 가운데 NFT발행을 검토하고 있음을 언급하는 등 유튜버 계통에서도 다양한 사례들이 비치고 있다. 국내 엔터업계 NFT 접근은 기업 협력과 조직 단위에서 아티스트 콘텐츠 협업까지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엔터계 NFT 사랑, 표준화·저작권 공인 등 과제 남아

엔터업계에서 NFT를 주목하는 이유는 비대면 기조에 따른 메타버스와 함께 소비주체인 팬덤의 능동적 변화다.

NFT 콘텐츠 M 브레이브걸스를 발행한 브레이브걸스. (사진=브레이브엔테테인먼트 제공)
NFT 콘텐츠 M 브레이브걸스를 발행한 브레이브걸스. (사진=브레이브엔테테인먼트 제공)

글로벌 K-팝 흥행은 단순히 엔터사가 제공하는 콘텐츠 반응과 함께 커버·챌린지·리액션 등 직간접적인 팬덤의 2·3차 저작에 기인한다. 국내외 현지에서 단순히 즐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소셜 채널로 그들의 음악 세계관을 함께 즐기고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팬덤 경향성은 온·오프라인 혼합 메타버스 공간에서 더욱 확장된다. 현실공간 한계를 벗어나 높은 자유도와 함께 아티스트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범위 또한 넓어진다.

판매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하며 화제를 모았던 배우 강동원의 목공영상 NFT. (사진=Kollektion 공식페이지 캡처)
판매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하며 화제를 모았던 배우 강동원의 목공영상 NFT. (사진=Kollektion 공식페이지 캡처)

이때 중요한 것은 원천 IP 보호다. 무한 복제 변조가 가능한 디지털 공간 속에서 IP가 지닌 일정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팬덤과 아티스트가 함께 만들어갈 콘텐츠의 자유로운 확산을 독려할 수 있어야 최근 콘텐츠 산업이 지닌 무한한 발전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지적한 '로블록스 내 K-팝 콘텐츠 무단이용' 사례나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에서의 IP 확인 사례에서 비롯된 IP 가치를 블록체인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고정화한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진=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제공
사진=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제공

이를 좀 더 확장하면 대중문화 차원에서 공감대 형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흔히 내로라하는 K-팝 그룹이 저마다 공식 팬덤을 모집하고, 이들과 소통을 통해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면서 자신들의 음악색을 보다 명확히 한다.

팬덤 범위를 NFT 단위로 묶으면서 아티스트와 팬덤 콘텐츠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공감하는 한편 각 주체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방식 변주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아티스트 IP 가능성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스페셜앨범 W의 NFT 발매를 추진한 강혜원. (사진=Kollektion 공식페이지 캡처)
스페셜앨범 W의 NFT 발매를 추진한 강혜원. (사진=Kollektion 공식페이지 캡처)

이미지나 영상 등 비주얼 IP에 편중된 NFT 발행범위가 음원이나 캐릭터, 세계관 등의 범위로까지 넓어지며 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출현될 것임을 가늠케 한다.

생각해 볼 문제는 있다. 바로 NFT 표준화다. 현 시점에서 NFT는 블록체인과 엔터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희망적인 그림 아래 단순한 인증서 영역에만 머물러있다. 원작자 인증 또는 저작권 소지 등 원천적인 확인은 플랫폼 내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를 사칭한 NFT 판매, 글로벌 NFT 마켓 '오픈씨'의 '가상자산 보증' 면책조항 등 사례처럼 IP 보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NFT로 발행하고, 외부 마켓과 함께 유통하면 현재로서는 제어하기 어렵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NFT 영역에 먼저 접근했던 게임계나 미술계는 지난해 2월 국내 게임사 100여곳과 함께 초대형 연합 블록체인게임 프로젝트 '아이템버스(itemVerse)'를 출범한 (사)한국모바일게임협회, 블록체인 플랫폼 전문 가이덤 재단 컨소시엄과 NFT 표준화를 논의한 한국미술협회 등에서 보듯 이러한 표준화 노력에 접근하고 있다. 엔터업계에서 NFT 표준화 목소리는 적극적이지 않다. 조금씩 무르익는 단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팬더스트리(Fan+Industry)라 부를 만큼 대중 참여폭이 커지고 성장 탄력을 받는 엔터 영역에 있어 NFT 방향성 마련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