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스톱 재팬스 밴

“선배, 일본에 언제 들어갈 수 있나요?” 오랜만에 회사에서 마주친 후배는 '일본' 이야기를 꺼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 일본 현지 소프트웨어(SW) 기업에 합격한 동생이 입국비자를 받지 못해 '타의적 백수' 신세라고 토로했다. 그는 동생의 첫 출근일 기약이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작년 11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등장하자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코로나 쇄국'에 들어갔다. 일본보다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 영국, 호주 등은 백신 접종 또는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증명서를 소지한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처럼 자국민·외국인을 나눠 빗장을 걸어 잠근 사례는 손에 꼽힌다.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코로나 쇄국 정책을 지지하는 이가 많다. 아베 신조나 스가 요시히데 전임 총리와 달리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실시했다는 평가다. 요미우리신문이 외국인 신규 입국 중단 직후인 작년 12월에 벌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전월 대비 6%포인트(P) 상승한 62%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항의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출장길이 막히면서 사업에 문제가 발생한 기업과 수년간 준비한 유학·취업 일정이 연기된 사례가 쏟아진다. 일본에 혈육을 둔 이들은 말 그대로 생이별이다.

자료:Stop Japans Ban 트위터 계정 갈무리
<자료:Stop Japans Ban 트위터 계정 갈무리>

최근에는 일본 정부에 입국금지 중단을 촉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의 다국적 모임 '스톱 재팬스 밴'(Stop Japan's Ban)이 등장했다. '#educationisnottourism'(교육은 관광이 아니다), '#workisnottourism'(일은 관광이 아니다), '#loveisnottourism'(사랑은 관광이 아니다)를 해시태그로 내걸고 절실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다음 달부터 입국자 상한을 3500명에서 5000명으로 상향하는 소극적 완화책만 내놓았다.

일본 내에서도 산업계·학계 중심으로 코로나 쇄국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 임원이 일본에 발을 들이지 못해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해외 인재가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 지멘스는 최근 입국금지 상황을 고려해 일본 투자 안건의 일부를 보류했다.

그럼에도 기시다 정권은 '코로나 쇄국' 조치를 쉽게 해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국민 대다수가 외국인 입국금지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당장 지지율을 위한 정책이 국가 전체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유학, 취업 등 일생을 건 일본행이 무산되는 사례가 이어지면 국가 이미지 하락도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스톱 재팬스 밴'에 귀를 기울이기를 권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