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4>커브 타임

하드볼(hardball). 언뜻 무슨 말일까 싶다. 실상 의미는 은유적이다. 강경하고 공격적이거나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상대하기 어려운 누군가를 지칭할 때도 쓰인다. 마치 주먹을 들고 제 말을 듣지 않으면 휘두를 듯 드는 무뢰배가 떠올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맞은편에 선 누군가가 만면의 웃음을 짓고 있다면 이미 그에겐 뭔가 계획이 있음이 분명하다.

누구에게나 경쟁은 있는 법이다. 주먹을 들어 으름장을 놓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한 가지 방법이긴 하겠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면 괜히 눈가에 멍 자국을 남길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언젠가 에코랩(Ecolab)은 미국 청소용품 시장을 놓고 다이버시(Diversey)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다이버시는 유독 미국 시장에서 고전 중이었다. 하지만 재무 베테랑인 신임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다이버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높은 가격은 바로 높은 마진이란 셈법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이 청소용품시장이 그렇게 간단한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높은 가격 대신 다른 주문에 맞춰 일일이 배달한다는 건 고비용을 의미했다.

에코랩은 대놓고 경쟁하는 대신 짐짓 회피기동을 한다. 다이버시가 노리는 입찰에 참여는 했지만 굳이 박한 마진이나 손해를 보면서 따내려 들지 않는다. 그 대신 이들에겐 다이버시가 박한 마진을 얻어야 할 정도로 충분히 낮게 입찰한다.

동시에 에코랩은 수입은 박하지만 비용이 낮게 드는 체인점을 노린다. 규모의 경제와 한번 계약하면 안정적인 고객들이었다. 물론 공격적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다이버시가 뛰어들 순 있지만 이것은 자신의 고가격-고마진 전략과는 맞지 않았다. 거기다 다이버시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다. 에코랩이 착각하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결론은 재앙 수준이었다. 고객이 늘수록 오히려 수익은 악화했다.

결론은 어땠을까. 에코랩이 꾸준한 매출 수익률을 얻는 동안 다이버시는 손실을 봤다. 모회사였던 캐나다 몰슨(Molson)은 버티다 못해 다이버시를 유니레버(Unilever)에 매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니레버조차 이 시장에서 결국 철수하고 만다.

누군가는 판매, 서비스, 유통 비용이 총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수익과 비용이 어떻게 묶여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경쟁자가 던진 공이 커브볼이란 걸 깨달을 즈음 게임은 끝난 셈이라고 평하고 있다.

위, 촉, 오 삼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숱한 절체절명의 장면마저 제갈량의 미소 띤 부채질이 등장한다. 이 장면만으로 이 전투의 끝을 볼 필요도 없이 결말을 알게 된다. 이 제갈공명의 부채질이야말로 한중 정군산 아래에 진을 친 하후연을 향해 창을 겨눈 촉 후장군 황충의 질주만큼 압권 아니던가.

고사에 따르면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던 제갈량에게 아내 황씨가 표정을 가릴 수 있게 학우선을 내밀었다고 한다.

기업에도 하드볼이 있다면 바람을 안은 듯한, 부채질 뒤에 숨겨둔 전략도 있는 법 아니겠나. 제갈량이 지형과 날씨를 가늠해서 그 계책을 학우선 부채질에 숨겼다. 당신 역시 자신의 계획 있음을 자랑하고자 한다면 이 같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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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