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포켓몬빵 신드롬'

포켓몬빵이 열풍을 넘어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1500원짜리 빵을 사려고 편의점 물류 차량을 쫓아다니고, 편의점 점주 개인정보를 캐내 재고 상황을 묻기도 한다. 203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도로 생각했던 이 빵은 출시 1개월 만에 800만개 넘게 팔렸다. 중고시장에 판매가의 40배가 넘는 웃돈이 붙어 나오기도 했다. 빵 봉지에 든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10대부터 40대까지 발품을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포켓몬빵 신드롬'은 스타벅스 구즈 구매나 최근 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원소주'의 품귀현상 등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켓몬빵
포켓몬빵

유행은 가전 업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한 무선 스크린 'LG 스탠바이미'부터 식물재배기 'LG 틔운미니', 삼성전자 다중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와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등 주요 가전도 품귀현상을 일으키는 제품이 됐다. 재고가 있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찾아다니고, 중고시장에서는 웃돈을 주고 구매하려는 사람으로 북적이기도 했다.

품귀현상을 불러온 가전의 공통점은 MZ(1980년 초~2000년 초 출생)세대를 겨냥했고,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MZ세대 소비성향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비싼 명품으로 차별화를 꾀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돈이 많아도 정보와 발품 없이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차별화가 중요해진 것이다. 즉 '득템력'(아이템을 획득하는 능력)이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잣대인 동시에 나를 보여 주는 하나의 개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매한 제품을 되파는 시장이 활성화된 점도 '희귀템'을 획득하려는 노력을 부추긴다. 실제 'LG 스탠바이미'나 '삼성 더 프리스타일' 등 품귀현상을 일으킨 제품은 중고시장에서 2배에 달하는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했다. 단순히 자기만족과 개성표현을 넘어 하나의 자산 가치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댄스 경연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안무가 가비가 LG 스탠바이미의 차별화된 폼팩터에서 착안한 LG 스탠바이미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댄스 경연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안무가 가비가 LG 스탠바이미의 차별화된 폼팩터에서 착안한 LG 스탠바이미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MZ세대는 가전 시장을 포함해 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소비 주체로 부상했다. 구매력뿐만 아니라 이들의 취향과 사고 등 전반이 제품에 녹아들고 있다. 당연히 제품 개발과 출시, 마케팅 등 사업 영역 대부분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전략이 수립된다. 중요한 것은 MZ세대가 단순히 자신의 개성이나 자기만족 등 감정적인 부분에 치우쳐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전업계가 감성 마케팅에만 매달려선 안 되는 이유다.

MZ세대는 제품 구매 과정에서 면밀한 분석과 후기 검색, 사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한다. 사용 과정에서는 고객경험(CX)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모두가 최고라고 환호하던 스마트폰 신제품의 성능 문제를 지적하고, 제조사의 사과까지 끌어낸 주인공 역시 MZ세대 소비자다. 그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똑똑해진 소비자를 상대하기 위한 기술력이 보장되지 않으면 고객 이탈은 한순간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