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9>그것을 혁신이라 부른다

전역 최댓값(global maximum). 절대 최댓값(absolute maximum)이라고도 불린다. 한 함수에서 전 영역에 걸쳐 가장 큰 값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느 시험에서 풀었을 최적화 문제도 이것과 관련된다.

하지만 대상을 임의의 함수라 하면 문제는 사뭇 달라진다.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복잡한 함수에서 전역 최댓값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대개 범위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영역 최댓값을 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마치 한나절 동안 산등성이를 탄 끝에 겨우 산꼭대기에 올랐다 싶을 때 저쪽 너머에 더 높은 산봉우리가 보이는 경우 같은 일도 생긴다.

기업은 과연 바른 노력을 하고 있을까. 실제 태반의 일은 그저 조금 나아지는 정도다. 그날그날 열심히 하지만 정작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디서 단단히 꼬였을까.

이것은 기업에 다양한 선택이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경영에 고려된다면 성과가 될 기회겠지만 마치 등산길에 이정표를 하나 놓친 채 엉뚱한 산허리를 타는 것처럼 곁눈으로 보고 지나쳤다면 그만일 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굳이 많은 예도 필요 없다.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를 한번 떠올려 보자.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녹음이다. 레코더란 이름도 여기서 왔다. 두 번째는 재생이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이 기능을 사용하는 셈이다. 셋째는 물론 앞으로, 뒤로 감는 것이다.

TV 프로그램 '도시전설' 같은 얘기지만 소니 개발팀 구로키 야스오(Kuroki Yasuo)의 눈에 헤드폰을 낀 채 흥얼거리는 직원 하나가 들어온다. 이 재기발랄한 젊은 엔지니어의 손에 들린 건 녹음 기능은 빼고 개조한 카세트 플레이어였다.

이부카 마사루(Ibuka Masaru) 명예회장이 비행기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개조해 달라고 했다지만 하여튼 기대는 크지 않았다. 이 시절 음악이란 거실에 둔 큼직한 오디오로 듣던 것 아니었는가. 첫 생산은 겨우 3만대로 잡았다.

이렇게 첫 제품이 1979년 7월 1일 출시된다. 첫 달 판매는 별 볼 일 없었다. 하지만 3개월이 채 되기 전에 3만대가 모두 팔려나간다. 그다음부턴 월 2만대 생산도 주문을 맞출 수 없었다. 7개월 만에 14만대가 팔려나간다. 워크맨이란 이름도 제대로 안정을 찾아서 미국에선 사운드어바웃으로 불리는 채로 모든 제품의 역사에서 영원한 아이콘이 된다.

진정한 첫 포터블 제품의 탄생이었고, 우리가 아는 소니는 여기서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언제나 어디서나 음악을 듣는다는 개념으로 탄생해서 CD 플레이어로, 디지털 플레이어로 진화할 수 있었다.

구로키는 워크맨의 아버지로 불린다. 훗날 소니 크리에이티브 센터(Creative Center) 소장이 됐고, 소니의 가장 위대한 제품 디자이너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업무시간에 제 혼자 흥을 돋우고 있던 젊은 엔지니어의 손에 들린 뭔가를 눈여겨본 바로 그 순간인 셈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 우리는 현재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고, 또 사실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생각의 시간이 가끔 필요할지 모른다. 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등산길 중간의 어느 비탈길에 잠시 서서 더 높은 봉우리는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는 것. 그것을 우리는 혁신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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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