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노르망디 리쇼어링

이준희 기자
<이준희 기자>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제조업 취업자가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매년 감소,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 현장의 부족 인력은 32만명으로, 중소기업일수록 제조업 기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경기 불황에 숙련공이 떠나고 청년층 유입은 안 돼 기자재 납품 지연이 속출하며 자칫 산업현장이 멈춰 설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대외 변수를 고려하면 청년층이 제조업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어야만 제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다.

청년층이 제조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험한 근로 환경'과 그로 인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조업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반·하역 사고사망자는 지난 5월 6일 기준 지난해 7명에서 올해 25명으로 폭증했다. 올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끊이지 않는 제조 현장에서의 산재 사망사고가 제조업 기피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구인난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한국 제조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개한 국내 고용과 해외 법인 현지 고용 추이 분석 결과 지난 5년 동안 국내 제조업 취업자가 18만명 감소한 반면에 해외 고용은 43만명 급증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국내 제조 공장은 현장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의 해외 현지 공장 설립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스마트 팩토리' 취재를 위해 방문한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제조업 부활의 가능성을 엿봤다. 영국해협을 끼고 파리로 흘러가는 센 강을 품은 노르망디는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유도, 도시로 떠나는 청년들의 발길을 붙잡고 프랑스 제조업 부흥을 선도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티 브랜드 쿠스미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모로코에 있던 공장을 자국 노르망디로 옮겼다. '메이드 인 프랑스'를 브랜드로 내걸고 고품질 제품을 소비자에게 부각하고 있다. 르노 자동차는 프랑스 정부가 자국 내 생산과 리쇼어링을 조건으로 80억유로 규모의 국가보조금 지원을 약속하자 전기차 생산기지를 애초 아시아에서 노르망디로 변경했다. 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1975년에 설립된 '보드레이' 공장을 해외로 옮기지 않고 2018년 4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었다. 근로자 360여명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기반으로 생산 과정에서 시간·물자 낭비를 없앴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 정부도 노르망디처럼 디지털전환을 가속해서 한국 제조업계의 리쇼어링을 촉진하고 고질적 인력난을 극복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한국사회의 인구절벽 현상은 제조업 붕괴를 넘어 국가 존속을 위태롭게 한다. 청년이 중심이 돼 제조업이 발전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서 이로 말미암아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등 선순환할 수 있길 희망한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