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반도체 설비 투자 가시화…장비 판매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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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반도체 설비 투자 가시화…장비 판매량 급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주요국 반도체 장비 1분기 매출

1분기 북미와 유럽의 반도체 장비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생산 거점을 자국 내에 두려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들의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방증이다. 한국·중국·대만 등 아시아 중심 반도체 생산이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일 '반도체 장비시장통계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이 24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동기 대비 5% 성장했다. 전분기와 견줘서는 10% 감소했다. 1분기가 반도체 장비 비수기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유럽 반도체 설비 투자 가시화…장비 판매량 급증

지역별로 북미와 유럽의 반도체 장비 구매가 대폭 증가했다. 북미는 26억2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14%, 작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유럽은 12억8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18%, 작년 동기 대비 119% 성장했다.

한국과 중국, 대만과 견줘 총 금액은 적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가장 많은 반도체 장비를 구매한 중국은 7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성장에 그쳤다. 한국과 대만은 51억5000만달러, 4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9%와 15%씩 역성장했다.

북미와 유럽의 성장은 아시아 중심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옮기려고 시도한 결과다. 미국과 유럽은 설비 투자 세액 공제 등 대대적인 유인책으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반도체 장비 구매도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역시 작년 동기 대비 15% 성장하며 19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투자 정책에 따른 변화로 읽힌다.

미국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 금액이 세계 1위인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장비 구매 금액 296억달러를 기록, 2년 연속 반도체 장비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지역으로 등극했다. 첨단 공정용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는 중국이 성숙 공정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키우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짓 마노차 SEMI CEO는 “팹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1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은 올해 반도체 장비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치를 따라가고 있다”며 “북미와 유럽 지역은 자국 내 제조 시설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으로 직전 분기 대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