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ESG 정보공개, 철저히 대비해야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올해부터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제출 마감일은 지난 5월 31일이었다. 상장기업들은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보고서를 작성·공시하느라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2024년부터 5000억원 이상,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화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운데 '지배구조'(G) 이슈에만 초점을 맞춘 보고서다. '환경'(E)과 '사회'(S)에 관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곧 공시가 의무화된다.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ESG 정보 공시 요구는 국내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을 중심으로 여러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ESG 공시기준 통합·표준화를 논의해 왔다. IFRS 재단은 주요 20개국(G20),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B),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공식적인 지지를 얻어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ESG 공시 관련 국제표준 제정 기구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공식 출범시켰다.

ISSB는 출범과 동시에 지속 가능성 공시 국제표준인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정을 신속하게 준비해 왔다. 그리고 IFRS재단은 올해 3월 31일 'IFRS S1 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 기후 관련 공시'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다음 달 29일까지 의견수렴 후 올해 안에 최종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IFRS S1 일반 요구사항'은 기업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지속 가능성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전반적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IFRS S2 기후 관련 공시'는 기업에 기후 관련 지속 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도록 산업 전반과 산업별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ESG 이슈 가운데 '기후' 관련 공시 기준이 먼저 발표된 것은 ISSB 내에서 지속 가능성 관련 사안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기후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ESG 이슈 공시 기준도 순차 제정될 예정이다.

ISSB가 주도하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향후 글로벌 표준이 될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속가능회계기준(SASB Standard)을 제공하는 가치보고재단(VRF)이 ISSB의 기능과 목적에 동참하기 위해 이달 중 IFRS재단과의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ISSB 기준은 유럽,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채택될 공산이 매우 높다.

이러한 ESG 정보공개 요구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만큼은 ESG 경영 흐름과 거리를 둘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분위기는 이러한 회의적 시각을 무색하게 만든다.

중국은 지난 6월 1일부터 중국 내 기업을 상대로 ESG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ISSB 기준보다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중국의 산업 현실을 반영한 기준이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은 ESG 정보공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와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 정부는 기업에 준법경영 또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ESG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라는 의지를 전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ESG 정보공개에 관한 원칙과 요구사항, 평가지표를 담고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산업군별, 회사 규모별로 구분됐다. 중국은 중국 내 상장기업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ESG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조만간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 정보공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생존경쟁이 치열한 기업에는 당장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ESG 정보공개로 말미암아 기업과 기존 투자자는 때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스스로 밝히는 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고 준비하고 효율적으로 적응한다면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 될 것이다. 불리한 내용을 숨기는 것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불리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에 저해가 되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는 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이다. 이제 기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ESG 경영을 명확히 배우고 전사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