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술규제' 정책, 이제 '기업혁신' 속도 따라가야

올해 1월 열린 'CES 2022'에서 국내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혁신상 139개를 수상했다. 수상 분야를 기술 분야별로 보면 스마트기기 분야에 비해 신성장 산업인 로봇, 인공지능(AI),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에서의 활약은 낮았다. 이는 신산업·신기술 분야 기술혁신과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2022.1, 한국경제연구원, CES 2022 분석보고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의 혁신성장에서는 기업의 신기술 확보와 신산업 경쟁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민간 주도 혁신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규제혁신이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에 앞장서서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 완화 노력에 한창이다. 필자가 몸담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도 연구개발(R&D) 지원 과정에서 중소기업 혁신 활동에 제동을 가하는 다양한 규제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이 깊다. R&D 지원사업이 주로 정부출연금 기반이어서 '경직된 사업비 집행구조'와 '관습적인 기준'으로 수요자(기업)에는 혁신을 지연시키는 '규제의 이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서류 간소화, 지원방식 다양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개선점이 있었지만 여전히 기업의 도전적인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기엔 많은 걸림돌이 있다. 이제는 '중소기업 R&D 전달체계'가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과정 전반에 걸쳐 기업 '자율'과 '창의'를 반영하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TIPA는 이러한 내부의 규제혁신 노력과 더불어 당장 기업 앞에 놓인 규제 해결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지난 2020년부터 '기술규제해결형 R&D'를 지원해 왔다. 인·허가 등 사업화에 필요한 규제 대응을 위해 R&D 기획 단계부터 규제 컨설팅을 지원하는 한편 R&D 수행 과정에서는 시험연구기관 소속 '규제 전문가' 매칭을 통해 인증 해결방안 제시, 시험성적서 검토 등 현장 코칭도 한다.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의 인증·규격에 적합한 제품개발을 지원하는 '해외인증규격적합제품 R&D'도 운영한다. 일반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은 제품개발과 동시에 해외인증과 규격에 맞는 인증 테스트 때문에 신속한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사업에 참여한 A기업은 기술개발 단계부터 유럽을 타깃으로 한 인증 컨설팅을 지원받고 유럽 진출에 필요한 의료기기(CE MDD) 인증 취득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국내 종합시험인증기관과 협업해 'R&D 인증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이 제품개발 과정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인증 사항들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해 사업화가 지연되는 문제 예방에 목적이 있다. B기업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증 컨설팅, 시험분석·성능평가 등을 지원받아 수요처가 요구하는 성능 시험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기술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책관리자(공급자) 측면보다는 혁신기업(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민간 중심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공급자 관점의 포괄적·일률적 규제보다는 수요자 실정에 맞는 선택적·형평적 규제가 필요하다. 또 신산업·신기술 분야 기업의 기술혁신 지원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의 시장 안착을 위한 규제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기술 발전과 기술·산업 간 융합이 빠른 속도로 변화되는 요즘 환경에서 '기존 규제의 합리적인 개편', 기업 현실과 괴리가 높은 '덩어리 규제 혁파'는 시급한 과제다.

기업의 도전적 혁신과 성장하기 좋은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 새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혁신 과제가 수요자 관점에서 추진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신산업 분야 기술규제 영역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이재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leejhong@ti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