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바이오헬스 거버넌스

“기초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품화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임상연구와 규제정책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나눠 있어 효율적이지 않고 연속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우리나라가 앞설 수 있는 분야이지만 지나치게 규제가 경직적이어서 상용화가 지연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전문인력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의료와 정보기술(IT)을 모두 이해하는 의학과학자는 물론 개발자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신약 개발에는 긴 시간과 비용이 들고, 특히 임상 3상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데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 보니 라이선싱아웃(기술수출)에 사업 모델이 치우쳐 있습니다. 국내 기술로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탄생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오 헬스 분야를 취재하면서 많은 기업으로부터 들은 애로사항이다. 자금 여력 부족, 인력 수급 문제, 과도한 규제, 거버넌스 부재 등이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27일 나온 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업계에서 필요성을 강조해 온 '메가펀드' 조성 계획을 비롯해 금융·세제 지원, 범부처 신약 개발 지원 사업, 인공지능(AI)·디지털 혁신 의료기기 규제 완화,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인력 양성 계획까지 산업계 건의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

아쉬움도 있다. 이날 발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공약한 바이오헬스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신설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 산하 위원회 축소 방침이 나오고 간사기관인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지연으로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지 가뜩이나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다.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긴 호흡이 요구된다. 하지만 규제와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부처가 분리돼 있고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도 부처별로 흩어져 있다 보니 기초연구·임상연구·제품화를 아우르는 전 주기 지원에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상용화를 위해 후기 임상 단계 지원이 중요한데 기초연구사업 가운데 후속 지원을 받는 경우는 10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과정에서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범정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K-바이오를 향한 주목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초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장기적 안목으로 육성 정책을 수행할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예산 관리, 중장기 전략 수립,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정책 조율, 산업 육성,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합 관리하는 거버넌스가 절실하다.

[ET톡]바이오헬스 거버넌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