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지표 안정세…한은 '베이비 스텝'에 무게

美 경제 지표 안정세…한은 '베이비 스텝'에 무게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 물가 등 미국 경제 지표가 잇따라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고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선 모습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물가 고점도 멀지 않았다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으로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또 다시 '빅스텝'(금리 0.5%P 인상)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5%를 기록했다. 1981년 이후 가장 높았던 6월 9.1%보다 0.6%P 떨어졌다.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급등하던 유가가 안정된 것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에너지 물가가 전월보다 4.6% 하락한 가운데 이중 휘발유 물가는 7.7% 급락했다.

고용지표도 좋다. 앞서 지난 8일 발표된 7월 미국 실업률은 3.5%로 전월보다 0.1%P 떨어졌다. 이는 2020년 2월과 같은 수치로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3%대 실업률을 완전 고용 상태로 여긴다.

환율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와 달러의 상대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고점이었던 108대를 찍고 내려와 104~105에 머물고 있다.

미국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되 오는 25일 예정된 금통위 회의에서 0.25%P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우리나라 물가 고점이 언제인가 하는 점이다. 한은은 9월 또는 10월을 물가 상승세가 꺾이는 때로 보고 있다. 6월 6.0%, 7월 6.3%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8월에 한 번 더 6%대를 찍고 9월부턴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은은 베이비 스텝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향후 물가와 성장 흐름이 현재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를 2.75~3% 수준으로 내다봤다.

다만 Fed가 지난 5월과 6월에 이어 다음 달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P 인상)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한은이 이달 금리를 2.5%로 올려도 다음 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차는 0.75%P로 현재 0.25%P보다 벌어지게 된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