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락의 디지털소통] <18>가상인간 디지털 콘텐츠, 세계관 확장으로 소통 강화에 기여

[박영락의 디지털소통] <18>가상인간 디지털 콘텐츠, 세계관 확장으로 소통 강화에 기여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가상인간으로 주목받고 활발하게 활동한 인플루언서는 신한라이프 '로지'다. 가상인간 로지의 매력은 인스타그램 콘텐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인스타그래머블 장소에 자유롭게 방문하고, 피드를 남기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 가면서 인플루언서로서 자리를 잡는 등 MZ세대의 호응을 얻어 팔로어 수를 늘려 가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목소리까지 갖추고 움직임과 시각적인 자극에서 나아가 청각적으로도 어필할 포인트가 마련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한라이프 인플루언서 가상 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인플루언서 가상 인간 로지

이러한 버추얼 휴먼이라는 특징은 신선함으로 다가와 많은 브랜드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더하기 위해 고용되고 있다. 라면·홍삼과 같이 일상 게시글 속에 간접광고 형태로 삽입되는 컬래버레이션 형식이 주를 이룬다. 이외에 TV CF와 디지털 콘텐츠 등에도 등장한다. 가상인간 마케팅 모델의 가장 큰 메리트는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GS25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모델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로지를 고용했다. 이외에 CJ ENM은 디지털 인사이트 플랫폼 '사피엔스 스튜디오'에서 신개념 인포테인먼트 환경 콘퍼런스를 주최했다. 이때 로지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등 다방면에 적용되며 다채로움을 선사했다.

가상인간 콘텐츠는 세계관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다. 브랜드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스토리텔링과 서사로 형성되는 세계관은 인스타그램 내에서 팬슈머와 소통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브랜드 무신사는 배우 유아인과 닮은 가상인간 무아인(무신사와 유아인의 합성어)을 제작해서 홍보모델로 내세우며 관심을 끌고 있다. 무신사는 다양한 브랜드의 패션 상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편집숍으로, 다채로운 모델 고용과 홍보가 마케팅 승부수다. 그런데 무신사는 단순한 유통업계에 머무르지 않고 '패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멀티 페르소나를 펼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아인은 이때 무신사의 뮤즈로서 하나의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화하며 무신사 세계관을 확장하는 등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후 무아인은 무신사 버추얼 쇼룸에서도 활발히 활동할 예정인 가운데 '세상 모든 패션은 다 무신사에서 무신사로, 다 무신사랑 해'라는 캠페인 메시지를 형상화한 인물로 표현될 만하다. 이는 무신사가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고 리뷰 콘텐츠를 통한 소통을 끌어낸 것에서 나아가 온라인 세계에서의 더욱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을 받고 있다. 무신사는 무아인 탄생 기념으로 다양한 스토어 앱 내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바이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콘텐츠 '2022 문화유산 여행기'에는 특별한 출연진이 등장했다. 가상 인간 패밀리 '호, 곤, 해일'이 문화유산을 체험하는 시네마틱 브이로그 형식으로 콘텐츠가 제작됐다. 해당 캠페인이 실제 문화유산 방문을 유도하는 본 목적이 있음에도 가상인간을 등장인물로 선정한 계기가 주목된다. 해당 콘텐츠가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도 송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인간에 대한 MZ세대의 전 세계적인 관심과 호응도에 대한 트렌드가 방증된다. 또 이는 메타버스 장면을 편집해서 이루어지는 메타버스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의 가상인간 활용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된다.

가상인간 패밀리는 영상에서 문화유산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수원 화성, 경북 안동 하회마을 등의 명소를 방문한다. '인생샷'이라는 MZ세대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소재를 활용해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은 한국의 새로운 명소들을 전 세계로 바이럴하는 한편 MZ세대의 방문을 공략할 방침이다. 영상 콘텐츠 이벤트에서 나아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 내에서 해당 방문 거점들의 방문코스를 공개하고, 가상인간 3남매를 찾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랜선 여행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관광 명소를 가상세계 내에서 성공적으로 바이럴한 것으로 미루어 가상인간을 활용한 국내 메타버스 콘텐츠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가상인간 '로지'의 사례와 유사하게 가상인간이 특정 브랜드와 콘텐츠 폼에 제한받지 않고 엔터테이너이자 셀레브리티로 등장해 다양한 콘텐츠를 누비는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그 가운데 네이버가 개발한 가상인간 이솔은 네이버 쇼핑 라이브 콘텐츠에서 쇼호스트로의 첫 행보를 통해 마케팅 수단에서 나아간 주체로서 눈길을 끈다. 특별호스트로 등장한 이솔은 해당 콘텐츠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등 상품 판매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최근에는 JTBC의 신규 음악 예능프로그램 '뉴페스타'에서 고정 출연하는 등 가상인간의 활동 영역 확장 가능성을 크게 해 보였다.

가상인간 활용 마케팅 사례가 보편화돼 가고 있다. 전남 여수시는 가상인간 기상캐스터를 활용한 뉴스를 진행해서 주목받았고, 포항시는 가상인간이 등장하는 홍보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눈길을 끌었다. 가상인간 콘텐츠는 현재 그 자체로 이목을 끄는 소재다. 그러나 가상인간 콘텐츠의 신선함은 갈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과 활용 방안의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은 필수로 수반돼야 한다. 가상인간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나 인지도에 기대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이 아닌 가상인간을 활용하는 목적에 대한 명확함과 가상인간이 존재하는 세계관의 범위, 인간과 더불어 함께하는 가능성에 대한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통찰이 함께할 때 해당 콘텐츠에 대한 공감대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 sns@kic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