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사 의무고용제, 지방 중소기업 고사한다”

시장 수요 절반도 배출 못해
수도권 중-대형사 대거 채용
지방은 구인난에 고사 직전
시행시기 연장-제도 개선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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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사 의무고용제'로 지방 중소 환경영향평가 업계가 고사하고 있다. 시장 수요 절반도 배출하지 못하는 평가사 의무고용은 시기를 늦추고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평가사' 보유 기업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시행된 환경영향평가사 의무고용제가 지방계약법과 적격심사에 적용되며 평가사를 고용하지 못한 지방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경영난이 확산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7월 환경영향평가업자의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PQ)을 개정해 환경영향평가사 보유업체에 가점을 부여했다. 이로인해 수도권 중·대형 업체들이 평가사를 대거 채용하며 지방 중소기업은 평가사 자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사만이 '자연생태환경' '대기환경' '수환경' '토지환경' '생활환경' '사회환경·경제환경'의 6개 분야 21개 전문항목으로 구분된 환경영향평가 업무 전체를 총괄한다. 평가사 없이는 평가업무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 역량과 현장경험이 풍부한 평가사가 자격증을 따고도 전문분야 '평가자'로만 참여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평가서 작성에 거짓·부실행위가 발견되면 업무를 총괄하는 평가사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대 한국환경영향평가협회장은 “기술사가 서울·경기·인천 69.4%에 몰려 있는 데다가 평가사 자격증을 따도 환경전문분야에서만 활동하는 기술자나 정부 부처에 종사하는 공무원처럼 평가사 업무를 하지 않는 비활동 자격자가 많다”면서 “현재 평가사가 400여명이지만 수도권 선호도와 비활동 자격자를 고려할 때 평가사가 750~900명 정도는 돼야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환경영향평가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 산업을 대전환해야만 하는 영역도 아닌데, 정부가 '의무고용제'를 너무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일단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과거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수행해온 경력자를 중심으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10년 정도 후에 평가사가 충분히 시장에 배출된 후에 의무고용을 강제해도 늦지 않으며, 평가사가 역량을 발휘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업계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사후환경영향조사' 등 4가지로 구성된 평가서 작성 대행 업무를 수도권과 지방 업체가 고르게 수행할 방안을 찾자고 주문했다.

박 회장은 “환경정책과 계획의 중요성이 큰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경우는 '평가사'를 보유한 업체만 수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자”라면서 “나머지 3가지 영역은 관련 기술력과 경력이 있는 '평가자'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