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 조짐에 가구업계 '시름'

환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가구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환율과 비례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원자재 선구매, 수입선 다변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4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환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 고환율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환율이 계속 이어질 경우 가구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가구업계는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꼽힌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데다 생산 공장을 해외에 둔 업체도 상당수다. 환율 상승은 곧 생산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뜻한다.

특히 이케아, 템퍼 등 외국계 가구 브랜드 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이들은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유통 구조로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외 유명 가구를 취급하는 중소 병행수입 업체나 직구 대행업체도 제품 소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물류비용이 정상화되는 추세지만 환율이 오르다보니 체감 원가는 변화가 없다”며 “글로벌 물류 업체 대부분이 달러 결제인 데다 원자재 대리 수입 업체도 환율을 반영해 가격을 올리고 있어 체감하는 정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고환율 기조에 대응하고 있다. 보유한 원자재 재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국내외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달러 외 통화로 결제하거나 국내 거래처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같은 대응 방안도 고환율 상황이 길어질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달러뿐 아니라 위안, 엔, 유로 등과 비교해도 원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제 통화를 다양하게 운용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구업계는 수요 감소, 주택 거래 절벽에 이어 환율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혼수·이사철 대목 시즌을 맞았음에도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판매량이 저조하다. 결국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격 인상 릴레이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구뿐 아니라 리빙 시장 전체가 올해 내내 침체된 상황”이라며 “고환율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업체들이 체감하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