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U 무역기술장벽 슬기로운 대응을

우리 정부가 유럽연합(EU) 차세대 TV 에너지효율 규제에 대해 공개적인 협의와 수정 요구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15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위원회에서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EU '전자·디스플레이 에너지효율 규제'를 특정무역안건(STC)로 제기할 방침이다. 해당 규제는 내년 3월부터 현재 고화질(HD) TV에 적용되는 에너지효율지수(EEI) 0.9를 4K 초고화질(UHD) 이상 TV에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그동안 에너지효율 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았던 8K와 마이크로LED TV도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세계 TV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판매하는 고성능 TV조차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 차원에서 STC를 제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협의 상대방에게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다. 특정 국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164개 WTO 전체 회원국의 공통된 의제로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EU의 에너지효율 규제와 관련해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대응해 왔다. EU는 2016년 전자·디스플레이 제품의 에너지 소비 효율 기준을 3단계에 걸쳐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정부 차원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일부 제품의 적용 대상 제외, 시행일 연기 등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번에는 8K·마이크로LED TV 등 차세대 TV에 대한 무역기술장벽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들도 기술 혁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정부는 기업 수출길이 막히지 않도록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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