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철도 형식승인제도의 이해와 발전 방향

이영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공인검사실장
이영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공인검사실장

정부는 2012년 철도안전법을 전면 개정하며 철도 형식승인제도를 도입했다. 2014년부터 본격 시행돼 현재까지 철도 운영기관 및 산업체 철도 안전, 기술경쟁력 등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 제작사는 과대 규제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자칫 규제 완화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철도 안전 확보에 어려움이 될 우려가 있다.

형식승인제도를 운용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형식승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형식이란 자동차, 기구 따위의 구조나 외형의 특징을 이루는 형태이고, 승인은 국가나 지자체 기관이 다른 기관이나 개인의 특정한 행위에 대해 행하는 승낙이나 동의라고 정의한다. 즉 형식승인제도란 제품 특징을 이루는 형태를 국가가 승낙하거나 동의하는 제도다. 여기서 형식은 제작 대상 사양(specification)이며, 해당 사양은 국가가 적합성을 확인해 승낙하거나 동의하는 것이다.

형식승인제도 이전에는 성능시험제도가 있었고, 제작된 차량 시험 결과 합격 여부를 정부가 직접 확인했다. 제작 이후 완성품 위주로 시행돼 제작 이전 설계검증이 미흡했고, 기술 발전에 따라 정부와 제작자 간 품질관리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등 결함을 확인하고 시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지난 2011년 KTX 광명역 탈선사고를 계기로 철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파급되면서 정부는 근본적·예방적 안전 강화를 위해 선진방식 형식승인제도로 개편했다. 제작 전 설계검증이 추가됐고, 제작자의 품질관리 권한과 책임 강화와 함께 다양한 사후관리 수단이 마련됐다. 제도 근거를 철도안전법에 두고 대상 및 절차와 기준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철도 형식승인은 그동안 제도 한계를 대폭 개선한 대국민 철도 안전 제공이 최우선인 제도다.

철도 형식승인제도는 철도차량과 철도 용품을 대상으로 하며, 설계가 적합한지에 대한 형식승인, 형식승인대로 적합하게 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작자승인, 철도차량이 형식승인대로 제작됐는지에 대한 완성검사로 구분된다. 형식승인 대상은 현재 15종 철도차량과 등 16종 철도용품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해 적용하고 있다. 형식승인제도는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제작자 신청을 받아 전문 검사기관에서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청 사항에 대한 증명서를 발급하고, 전문 검사기관은 신청된 사항에 대해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런 검사를 위해 철도차량 기술기준 및 철도 용품 기술기준과 상세한 절차에 대해 철도차량 형식승인·제작자승인·완성검사 시행지침, 철도 용품 형식승인·제작자승인 시행지침 등이 고시돼 있다.

전문 검사기관에서 시행하는 검사는 형식승인검사와 제작자승인검사, 철도차량 완성검사로 구분된다. 각 검사는 크게 사전검토, 검사계획, 검사수행, 보고 단계 등 4단계로 나뉜다. 특히 검사수행 단계는 형식승인검사, 제작자승인검사, 완성검사로 진행된다. 검사수행 단계의 검사 활동은 관련 기술기준에 대한 적합성을 검토해 확인하며, 신청자 입증자료를 평가하는 많은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100여명 박사급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검사기관은 검사가 완료되면 검사 결과를 승인기관에 보고하고, 신청자에게 검사보고서를 발간한다.

형식승인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서는 그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아직 제도를 장애물로 인식하는 제작자도 일부 있으나, 형식승인을 경험한 대부분 제작자는 형식승인·제작자승인으로 자신들의 기술력 및 품질 역량을 확인하고 신뢰성 높은 정부가 증명하는 제작사로서 배가된 자신감을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형식승인은 성장을 확인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하며, 형식승인으로 향상되는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기준 이상 차별성을 쌓아야 한다. 국제환경은 각국의 형식승인제도를 일치 조화시키려는 추세다. 상호인정을 통해 형식승인을 서로 공통으로 적용하고 교차 인정하게 되는 경우 그 차별성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국내 철도 안전 및 철도 기술의 획기적인 향상과 함께 세계 철도를 누비는 제작자들을 상상하며, 형식승인제도의 큰 보람을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

이영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스마트공인검사실장 yhlee@kr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