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위남용 기준점 될 퀄컴 판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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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3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지난 2017년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이유로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한 것을 두고 벌어진 법정 공방이 마무리된 것이다.

당시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퀄컴은 칩세트 제조와 판매에 필요한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퀄컴이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이 2019년 퀄컴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고, 이날 대법원도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공정위는 대법원 판결에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경쟁 제한으로 시장을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 판결은 산업계에서 번번이 일어나는 독과점 업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테크 산업에서 필수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차별은 관련 업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대법원의 퀄컴 판결은 이 같은 독과점 남용 행위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유사한 상황에 놓인 기업에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도 판결 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재확인,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후속 작업이 요구된다. 판결에 따른 시정명령 이행 등을 점검하고, 다른 분야에서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정밀한 시장 감시가 필요하다. 업계의 자정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판결을 개별 기업의 희비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고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정위가 2017년 첫 과징금 부과 때 밝힌 대로 산업 참여자 누구든 혁신의 인센티브를 누리는 개방형 생태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