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집 안팎을 넘나드는 스마트홈 공간의 확장

3월 20일 서울에서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 멤버 미팅행사가 개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이 행사에는 134개국 50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키노트 스피커로 참가해 스마트홈 시장 전략을 발표했다.

CSA는 스마트홈 연결표존 매터1.0 발표 이후 5개월만인 5월 15일 현재 매터 인증을 받은 제품 수는 114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동안 매터 표준에 기대와 우려가 혼재했으나 기대가 우려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올 가을 매터1.2 표준이 나올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터 표준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지능형 IoT 적용 및 확산 사업’의 스마트홈 분야에서 플랫폼 사업자, 건설사, 디바이스 제조사 등으로 구성된 2개 컨소시엄이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내년 말까지 진행되는 사업은 매터 표준 제품을 개발, 스마트홈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고도화하고 시장의 판을 키우기 위한 생태계 확장까지 내용이 담겨 있다.

필자가 지난 기고에서 ‘스마트홈 서비스가 스마트 라이프로 진화’하기 위해 제시한 세 가지 방향성이 조금씩 현실화하는 것이다. 세 가지 방향성은 △집 안팎을 넘나드는 ‘스마트홈 공간의 확장’(스마트홈 대상 및 범위의 확장) △진화된 AI를 통한 ‘서비스 퀄리티’의 혁신 △시장의 판을 키우기 위한 ‘생태계의 확장’이다. 이번에는 첫번째 방향성에 해당하는 스마트홈 공간의 확장에 대해 보다 깊은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스마트홈 공간은 첫 번째 스마트홈 적용 공간 대상의 확장, 두 번째 가정내 대상 기기의 확장, 세 번째 공용 주거 공간으로 확장, 네 번째 자동차, 로봇 등 홈 연계로 주거 외부 공간까지 확장, 다섯 번째 스마트 시티 인프라와의 연계를 통한 확장이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커머스, 홈 관리 등 서비스 채널로 확장이다.

스마트 홈 공간 확장의 다양한 관점
스마트 홈 공간 확장의 다양한 관점

◇스마트홈 적용 공간 대상의 확장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 스마트홈은 주로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에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되면서 스마트홈이 보급되고 있다. 물론 기축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도 스마트홈을 구현하지만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및 실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이나 스마트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침체한 신축 아파트 시장을 대신해 주거형 오피스텔이나 호텔, 연수원, 사무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및 숙박 시설에도 스마트홈 기기 및 서비스를 적용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가정내 대상 기기의 확장

그동안 스마트홈은 폐쇄적이며 개별적 스마트홈 플랫폼을 중심으로 구현됐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집안의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이는 스마트홈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됐다.

지난 해 말 매터 표준이 나오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매터는 스마트홈 기기간 상호 연결성과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한 개방형 표준이다. 강력한 보안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기를 서로 연동시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킨다. 아직까지 매터 인증을 받고 실제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숫자가 제한적이지만 매터 표준이 일반화된다면 사용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스마트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자신이 이용하는 플랫폼에 연결해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올해 말에 가전제품을 포함하는 매터 1.2 표준이 발표되면 이미 표준에 들어가 있는 TV 및 에어컨 이외에 냉장고와 로봇청소기 등도 함께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거실이나 침실 등 일부 공간에서만 이용할 수 있던 스마트홈 서비스를 가정내 모든 곳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건강 및 웰니스 분야 기기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 커뮤니티 센터 등 공용 주거 공간으로 확장

주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댁내의 다양한 장치와 설비 연동을 넘어 엘리베이터나 커뮤니티센터 같은 공용시설과도 연결되고 있다. 거실의 월패드나 AI 스피커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것은 물론 외출하기에 앞서 자동차 주차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공용 주거 공간 스마트홈 기능 확장에 해당한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공동현관문의 출입 통제는 물론 단지내 골프연습장이나 헬스장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나 치매 어르신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모빌리티 홈 연계로 외부 공간까지 확장

자동차 및 딜리버리 로봇, 차량 공유 서비스 같은 모빌리티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집 안에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반대로 자동차에서 집 안에 있는 기기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 홈투카(Home-to-Car), 카투홈(Car-to-Home)이라고 한다. 출근하기 위해 현관 앞으로 가면 엘리베이터가 자동호출됨과 동시에 주차된 자동차 위치를 알려준다. 주말에 가족 모두 외출을 하는 경우 자동차 시동이 걸리는 순간 신속하게 집안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TV나 에어컨을 켜 놓은 채 나왔다면 자동으로 전원을 끌 수도 있다.

최근 음식, 택배 등 배달 주문이 보편화됨에 따라 딜리버리 로봇과의 연계도 필수다. 로봇은 아파트 공동 시설과도 연계된다. 가정에서 월패드, AI 스피커 혹은 모바일을 통해 집 근처 편의점에 물품을 주문한다. 로봇이 주변 도로 신호등을 건너 공동현관 문을 지나 미리 호출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현관 앞까지 물품을 배달해 준다. 이 같은 서비스가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 올 것이다.

◇ 스마트 시티 인프라 연동 확장

스마트홈은 전력, 수도, 가스와 같은 도시 유틸리티 서비스의 최종 수요처이기도 하다. 다른 가구들과 결합해 전력, 수도, 가스 생산과 공급을 효율화할 수 있다.

전력의 경우 수요반응(Demand Response)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지역 전력회사들이 이용하는 ‘러시아워 리워드’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이용해 각 가정의 냉·난방 온도가 자동 조절된다. 전력회사는 추가 발전시설을 짓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소비자는 전력 사용량 및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단지내 보안시설과 경찰서간 연동, 화재 시 스마트홈과 소방서간 시스템 연동 등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간 결합 서비스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서비스 채널 확장

미래 스마트홈은 단순히 스마트단말 자동 작동을 넘어 콘텐츠, 생필품 주문, 생활 공간 관리 서비스 등 사용자가 필요한 생활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제공하는 서비스 채널 역할을 할 것이다. 스마트 냉장고나 스마트 선반 같은 장치가 생필품을 자동 주문한다. 스마트 월패드 혹은 스마트 TV 연계를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나아가 욕실과 같은 공간의 위생 관리와 조명, 온도, 공기 관리 등도 서비스 대상으로 확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모든 장치가 서비스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홈 공간의 확장을 여섯 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어떤 것은 이미 제공되고 있고, 어떤 것은 몇 년이 지나야 가능한 것도 있다. 스마트홈 공간의 확장을 위해서는 호환성 확장과 함께 이에 따른 보안기술 강화가 필수적인데 표준화, 법 정비 등 제도적 개선 등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도 정부 부처, 민간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과의 협력 강화로 스마트홈 공간 확장을 통해 산업의 파이를 확대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송재호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장 jae-ho.song@kt.com

〈필자〉송재호 한국AI스마트홈협회장은 서강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1993년 KT 연구원으로 입사해 네트워크분야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개발했다. 2003년부터 미디어 콘텐츠 등 신사업 분야 기획 및 사업을 통해 900만 가입자를 확보한 IPTV 성장에 기여했다. 2014년부터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을 3년동안 주관했고, 2017~2018년에는 KT 통합보안사업단장으로 영상보안·정보보안·융합보안 사업을 맡았다. 2018년 11월부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으로 미디어 사업을 책임졌다. 2020년 12월부터 KT AI/DX융합사업부문장을 맡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네트워크 기반 DX 플랫폼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21년 제12대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