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차전지 음극재, 실리콘이 대세다

실리콘은 반도체와 태양광 기초원료이자 산업의 쌀이다. 실리콘에 붕소·인을 섞으면 반도체 집적회로(IC)의 기반이 돼 정보기술(IT)이 주도하는 세상을 만든다. 태양광 패널로도 햇빛을 전기로 만들어 석탄과 석유 중심 화석연료 시대를 끝낼 수 있다. 이러한 실리콘이 이차전지 속에도 들어왔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인 음극재가 주인공이다.

돌이켜보면 배터리는 1990년대 회의론이 무성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보급도 더디었다. 테슬라가 일으킨 거대한 물결이 세계를 집어삼켰다. 지금 우리 생활에서 전기차는 익숙해졌다. 더 멀리, 더 오래 가는 전기차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생각해볼 것은 자동차 크기는 정해졌다는 것이다. 배터리 내 음극재·양극재를 최대한 집어넣을 용량을 늘렸지만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 대세는 흑연이었다. 이유는 실리콘이 리튬을 잘 저장하다 못해 부풀어 깨지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작동하려면 음극재 표면에 리튬과 전자가 만나야 한다. 입자가 깨지면 전자가 이동할 길을 잃고 생성된 입자 표면은 전해액을 흡수해 전지가 수명을 다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충분히 역발상이 가능하다. 실리콘을 파쇄할 수 있다. 나노 수준으로 소립화한 실리콘이다. 기존 부품 현상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실리콘을 흑연에 5% 정도 섞어 쓰는 실리콘-흑연 복합체 음극재가 개발된 배경이다.

이러한 나노 실리콘은 실리콘카본(Si/C)과 실리콘복합산화물(SiOx/C)이 있다. SiOx는 메탈 실리콘을 가열해 생기는 증기를 산화해 만든다. SiC에 쓰는 나노 실리콘은 합성도 하지만 실리콘 덩어리를 부숴 만들기도 한다. 나노 실리콘 복합체 음극재는 이미 전자 기기용 전지에 사용됐다. 올해부터 전기차가 그 전지를 장착해 돌아다닌다.

실리콘-흑연 복합체 음극재에서 진화한 게 흑연 음극재 크기로 만든 실리콘 단독 음극재다. 이것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노 실리콘이 비싸기 때문이다. 흑연과 융합도 필요하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은 배터리가 차지한다. 전기차를 보급하려면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 테슬라는 배터리 사이즈를 키우고 제조 공정을 단순화했다. 이미 2020년 실리콘 단독 음극재 적용 계획을 발표했다. 실리콘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지금은 배터리 용량당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공정 비용이 낮은 분쇄분급법으로 실리콘 단독음극재를 만들면 배터리 비용 저감에 금상첨화다.

물론 조건도 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전기 전도도가 낮아 도전재가 필요하다. 일례로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으로 전자가 다닐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격은 현재 사용되는 도전재인 카본블랙 수준으로 접근했다. 다행히 실리콘 단독 음극재의 도전재 가격 부담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실리콘 음극재는 어느새 우리 생활 속에 와있다. 대세는 전기차다. 실리콘-흑연 복합체 음극재가 적용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빠르게 늘어난다. 나노 실리콘 세계 수요는 2030년 200만톤이 넘을 것이다. 실리콘 단독 음극재를 비롯한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38조원 규모가 전망된다. 실리콘은 이차전지 음극재로 상당히 오랜 기간 왕좌를 차지할 것이다.

한상무 한국메탈실리콘 차세대 이차전지소재 센터장
한상무 한국메탈실리콘 차세대 이차전지소재 센터장

한국메탈실리콘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센터장 smhan.kms@korms.kr 한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