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양자컴퓨터 패러다임 체인지, 양자오류정정 기술

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자양자센싱그룹 책임연구원
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자양자센싱그룹 책임연구원

최근 양자기술은 인공지능(AI)·반도체, 첨단 바이오와 함께 미래 사회 판도를 바꿀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양자컴퓨터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획기적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양자 중첩과 얽힘 등 양자역학적 원리에 기반한 정보처리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빅데이터와 AI 등 기존 정보기술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신물질, 바이오, 금융 등 다양한 첨단 산업의 난제를 풀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컴퓨터 실용화를 위해서는 여러 기술적 과제가 해결되어야 하며, 그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양자오류정정' 기술이다.

양자컴퓨터는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해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미세한 온도 변화나 전자기장 변동도 양자컴퓨터 정보 처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우 정밀하게 설계된 물리적 환경과 첨단 측정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들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같은 국가 측정표준 연구기관에서 연구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기술·환경적 요구 때문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양자 오류를 '무결점 0%' 상태로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류를 감지하고 수정하는 양자오류정정 기술은 양자컴퓨터 실용화 필수 조건이다.

이 기술은 고전 컴퓨터 오류정정기술보다 훨씬 복잡하며 수백개 큐비트와 고도로 정교한 양자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적 난도 때문에 독자들이 익히 들어봤을 구글 혹은 IBM을 포함한 대부분 양자컴퓨터는 아직 오류정정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양자오류정정 기술에 중요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은 바로 중성원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 개발이다.

올해 초,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사상 최초로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에서 오류정정 기술을 시현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부터 오류정정이 가능한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진전은 양자컴퓨터 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KRISS가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100큐비트급 시스템 원천기술을 확보했으며, 정밀 큐비트 제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양자오류정정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연구개발(R&D)은 KRISS가 지난 30여년간 원자 기반 양자기술을 연구해 온 경험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자컴퓨터 산업은 이제 오류가 내재된 양자컴퓨터(NISQ) 시대를 지나 양자오류정정 기술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우리나라 양자기술의 도약 가능성과 추격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정부는 양자기술을 미래 국가 핵심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양자과학기술전략을 수립하고,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연구 잠재력과 기술적 역량이 있다. 충분한 양자기술 전문가 양성과 연구 및 산업 생태계 조성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는 정보기술 산업 강국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양자정보 산업에서도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자양자센싱그룹 책임연구원 jcmun@kris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