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AI 디지털교과서 시범 적용 시간 갖자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세계가 빠르게 인공지능(AI)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알파고에 이어 챗GPT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중국발 딥시크가 몰려오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 AI의 활용은 불가피한 대세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의 역사에서 몇 차례 중요한 변곡점이 있었다. 우선 종이의 등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종이의 등장은 선인들의 지혜를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지만, 서민들에게는 근접할 수 없는 꿈같은 귀중품이었다. 값싼 종이의 확대와 함께 소위 칠판의 등장은 비로소 2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는 보편 교육의 길을 열었다. 이후 지속적인 교육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은 ICT를 거쳐 AI 디지털 교육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학생 개별화 맞춤형 교육을 위해 3월 신학기 도입을 목표로 수학, 영어, 정보 교과 AI 디지털교과서 검정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러나 정치권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금년도에는 의무 사용이 아닌 학교가 자율적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그러나 3월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AI 디지털교과서 가격(사용료)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일선 학교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채택할지 혹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교육부와 발행사들의 협상을 통한 타협과 양보의 노력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사용료가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과서협회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을 시대적 요구로 인식하고, 이를 지원해 왔다. 학생들의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혁신적 도구로, 미래 교육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협회에서는 플랫폼 구축 운영이 어려운 발행사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 협회 자체의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을 구축해 민간 참여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에듀플러스]〈칼럼〉AI 디지털교과서 시범 적용 시간 갖자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한 발행사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다. 세계 최초로 국가교육과정을 디지털화하는 정책에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비전을 갖고 개발에 참여한 것이다.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투입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상당수가 탈락하기도 했다. 매몰 비용도 크지만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검정 심사를 통과하고 수정·보완을 거쳐 수업에 적용될 시점을 눈앞에 두고 정치권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와 같은 '교육자료'로 지위를 바꾸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그 법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 놓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많은 학교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신학기를 맞게 됐다.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AI 디지털교과서 채택률이 저조한 것이 그 증거다.

정부는 당초 AI 디지털교과서를 올해 3월부터 초등 3·4학년과 중·고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도입하기로 했다. 교실에서 서책 교과서를 보조하면서 함께 쓰이도록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정부나 국회의 힘겨루기 탓에 어렵게 탄생한 AI 디지털교과서가 방향을 잃었다. 교과서든 교육자료든 학생들 수업과 관련된 것은 개학과 함께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이나 일부 단체에서는 정부가 다양한 의견을 듣지 않고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하지만, 대안 없는 부정만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공동의 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타협이 필요하다.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살펴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AI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학생에게 맞춤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개혁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미래 교육을 위해 개발된 AI 디지털 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는 없다.

교육부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에듀테크 박람회 'BETT 2025'에 '500만 명의 학생에게 500만 개의 교과서를(5 million textbooks For 5 million students)'이란 문구가 적힌 홍보 책자를 통해 세계 각국 교육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우리가 집안싸움으로 미래 교육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1년 동안 자율·선택적으로 사용해 보면 문제점도 발견되고, 보완 수정해야 할 것들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국회나 정부, 발행사 모두가 시범 적용 시간을 갖고 AI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을 위한 보다 현명한 결론에 이르기를 기대한다.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edubbang@naver.com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성동고·구정고·금옥여고 등 다수 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와 학교혁신담당 팀장,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서울특별시부교육감(교육감권한대행), 서초고등학교장, 국립공주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