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최저임금 유연화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고용 현실을 아우르기는 쉽지 않다. 특히 편의점, 미용실,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밀집한 지방에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고부담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제도가 지향하는 취지와 현장의 괴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17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2.6%가 올해 최저임금이 경영상 부담이라고 답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66%가 '동결' 또는 '인하'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존 인력 감원이나 신규 채용 축소로 대응하겠다”는 응답도 45.8%에 달했다. 이는 현행 최저임금 인상 방식이 자칫 고용 불안을 부추길 수 있음을 방증한다.

〈그래표〉경영상황 대비, 올해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경영 부담 정도  [출처:중기중앙회]
〈그래표〉경영상황 대비, 올해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경영 부담 정도 [출처:중기중앙회]

이제는 최저임금의 유연한 적용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은 더 이상 금기시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처럼 동일 임금 기준을 모든 업종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각기 다른 경제적 조건을 외면한 결과다. '노동의 최저선'을 지키되, 영세 사업장이나 특정 업종에는 유예나 예외 조항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 주기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매년 인상 여부를 두고 반복되는 갈등은 노사 모두를 지치게 한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1.8%가 “결정 주기를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고용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제의 근본 취지인 노동자 보호와 시장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인상률'만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서,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분화하거나 현실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설계하는 구조 개편 논의가 이제는 병행돼야 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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