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10월, 온게임넷이 개최한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99 PKO)'은 한국 e스포츠 역사의 전환점이자 게임 산업에 빅뱅을 일으킨 상징적 사건이었다.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이 대회는 세계 최초의 게임 전문 리그 방송인 동시에 'e스포츠'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 게임을 정식 스포츠로 끌어올린 출발점이었다.
당시 온게임넷은 스타크래프트를 종목으로 한 리그를 정규 편성했다. 이기석, 국기봉, 김창선 등 초기 스타 플레이어는 방송 출연과 광고 모델 활동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으며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군의 가능성을 열었다.
99 PKO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후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 'KPGA 투어', 'MBC게임배 팀리그', '워크래프트3 리그', '피파 온라인 슈퍼리그' 등 다양한 종목의 정규 리그가 줄줄이 출범하며 산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리그 방송을주도했다. 통신사·IT기업이 후원사로 나서며 프로팀 창단, 해설 중계, 리그 규정, 팬 문화 등이 정착됐다.
스타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국민 e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전국 PC방은 예선전과 관람 공간이 됐다. 서울 신촌, 삼성동 등지에서는 오프라인 결승전이 수천 관객 속에 열렸다. 2000년대 초반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등이 등장하며 대중적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e스포츠는 청소년 문화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방송 산업, 광고 산업, 콘텐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종목이 다양화되면서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