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가 추진했다가 중단된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부지 공모 사업이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장기 표류하고 있다. 사업비 전액 국비 대신 지방비 분담 방식 등이 논의되며 1년 이상 잠정 중단 중이다. 반도체 생명수라 불리는 '초순수' 기술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실증·인검증·교육 복합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물 산업 실증화시설의 입지 기준에 적합한 부지를 보유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이달 11일부터 35일간 진행하려던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후보지 선정 공모계획이 취소됐다.
초순수는 웨이퍼 제조, 포토, 식각 등 반도체 제조 각 공정에서 세정을 위해 사용되며, 제품의 품질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다. 초순수 생산기술은 이온, 유기물, 미생물, 기체 등 물속에 포함된 불순물 농도를 극히 낮은 값으로 억제하는 수질 분야 최고 난이도 기술로, 일본·미국 등 소수의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일본의 무역규제에 대응해 2021년부터 국가 R&D사업을 추진한 결과 작년 12월 국산 초순수를 SK실트론 반도체 웨이퍼 공정에 실공급하는 국산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현재 초순수 생산기술로는 해외 의존도를 벗어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외 급변하는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초순수를 공급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국산화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6~7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사업비 3500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조건에 용인, 평택, 안성, 충남 아산시, 대구 달성군, 경북 구미시 등 반도체 사업장, 소재·부품·장비 단지를 중심으로 약 15개 지자체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약 25% 이상 감축되고, 국비 100% 방식에서 지방비를 최소 30% 이상 매칭하는 형식으로 변경되며 공모 절차 또한 무기한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초순수는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재인 만큼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공모 재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승관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세정제로 쓰이는 초순수는 필수 소재로 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장을 증설할 수 없다”면서 “게다가 초순수는 반도체는 물론 의료·바이오, 화학,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한 만큼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서둘러 구축해 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