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보건복지 현안, 디지털 접근법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이 역대 최대인 137조6480억원으로 편성됐다. 4년 연속 100조원을 넘겼고, 내년도 정부 총 예산(728조원)의 20%(18.9%)에 육박한다.

복지부 예산 증가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복지 부문에선 인구 고령화로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의무지출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보건 영역 역시 지방의료원 기능 강화(2039억원), 국립대병원 필수진료 인프라 투자(956억원),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781억원) 등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에 예산 대부분이 편성됐다.

내년도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13.9% 늘며 역대 처음으로 1조원(1조1232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복지·의료 AI 예산의 경우 2478억원을 책정, 올해보다 2.5배 늘렸다고 복지부는 설명한다.

R&D 예산도 의미 있는 증액 규모를 기록했지만 산업계는 이조차도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의료 산업이 다른 영역과 달리 국민의 생명과 삶에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R&D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여전히 복지, 의료 분야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전체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이번 예산 편성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부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법안 심사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오유경 식약처장, 정 장관, 이형훈 복지부 2차관, 임승관 질병청장. (자료: 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부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법안 심사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오유경 식약처장, 정 장관, 이형훈 복지부 2차관, 임승관 질병청장. (자료: 연합뉴스)

실제 내년도 R&D 예산 중에는 작년 착수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한국형 ARPA-H 사업 등 조 단위 대형 국책과제 예산이 상당수 반영됐다. 의미 있는 신규 대형 과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복지, 의료 AI 예산 역시 AI 신약개발, 복지사각지대 발굴, 의료 AI 인력양성 사업 등 기존에 해왔던 사업에 예산이 늘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령화, 지역·필수·공공의료 붕괴는 국가적 과제이자 보건복지부 최우선 미션이다. 인력, 예산을 투입하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문제해결 방식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AI를 활용해 지방의 열악한 의료기관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AI와 비대면 진료를 통한 만성질환·노인 돌봄 서비스로의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 또 공급자 중심의 복지 정책도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복지제도를 추천하고 가입까지 실현하는 '적극적 복지행정'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