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전쟁 재점화…APEC 정상회담이 변곡점

中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에
트럼프 “중국산 100% 관세”
회담 무산땐 관계 악화일로
국제 정세·세계 공급망 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응해 '모든 중국산 제품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중국 정부가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맞섰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12일 중국 상무부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만약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단호하게 상응 조처를 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중국 초고율 관세(기존 관세에 100% 추가)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통제(이상 11월1일 시행)를 예고한 데 대한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9일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자 이같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특히 APEC 계기에 시 주석을 만나려 했으나 그럴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날 미국이 먼저 중국에 공세를 퍼부어 대응 조치를 내놓은 것이라고 맞섰다. 상무부는 “지난 9월 중·미 마드리드 회담 이후 20여일 동안 미국은 일련의 대(對)중국 제한 조치를 내놨다”면서 “다수의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리스트와 특별지정제재대상에 올렸고, 임의로 통제 기업 범위를 확대해 중국 기업 수천 곳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또 “9일 중국이 내놓은 희토류 등 물자의 수출 통제 조치는 법규에 근거해 수출 체계를 완비한 정상적인 행위일 뿐”이라며 “(미국의) 반복적인 고액 관세 위협은 중국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국은 올해 초 제네바 회담에서 90일간의 관세 휴전을 합의한 데 이어 6월 런던 회담에서 일시적 합의를 이룬 바 있다. 한동안 '협상모드'를 유지한 양국이 다시 서로의 급소에 위해를 가하려 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미·중 무역 협상의 향배는 다시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이 양국 관계의 주요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정상회담 성사 여부 및 성과가 향후 양국 관계의 이정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 분석이다.

APEC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무산된다면 미중 관계는 악화 일로로 흐른다. 반대로 회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면 글로벌 공급망은 일시적으로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취소를 시사한 당일 오후 “아직 취소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라며 말을 바꿨다. 중국 상무부도 발표문에서 “중국은 미국이 조속히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양국 정상이 통화에서 한 합의를 가이드로 삼아 어렵게 온 협상 성과를 지키길 바란다”면서 “중미 경제·무역 협상 메커니즘의 역할이 계속 유지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미·중은 과거부터 주요 협상을 앞두고 공세를 주고 받는 주도권 싸움을 해왔다”면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양국이 입을 피해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협상이 결렬될 때 국제 정세와 글로벌 공급망이 악영향을 받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