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순환형 인공지능(AI) 경제'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AI 생태계 참여 기업 간 투자와 수요가 서로 맞물리며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오픈AI는 엔비디아와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자금으로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AMD와는 지분 10% 신주 인수권을 받는 조건으로 연간 수백억 달러 어치 반도체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오라클과는 3000억 달러 규모 클라우드 사용 계약도 맺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을 초래한 '벤더 파이낸싱'과 유사해 AI 거품론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 시스코와 노텔이 고객사에 투자한 뒤 자사 장비를 구매하게 해 시장을 왜곡했던 것과 닮았다는 것이다.
미수금 증가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엔비디아 2분기 매출은 467억 달러(약 67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같은 분기 미수금도 278억 달러(약 40조원)로 나타났다. 매출의 약 60%에 달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수금 증가는 매출 급증 시 자연스레 수반되는 회계적 지표일 뿐이며, 투자도 부채가 아닌 현금으로 이뤄져 닷컴 버블과 다르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 7개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6%, 순이익률은 30%다. 100원을 투자하면 46원을 벌고, 매출 100원 중 30원이 순이익으로 남아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AI 인프라 시장은 구조적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AI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됐고, 학교와 직장에서 일상처럼 쓰이고 있다.
이러한 AI는 산업 구조도 재편할 전망이다. 흐름에 올라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벌어질 것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이 방향을 결정할 시간이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