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입법예고를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관련 법령에 수수료 상한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소상공인 단체는 총 수수료를 대폭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이 어려움이 현실인 만큼 이들을 돕기 위한 정책적 고민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여러 학회에서 연이어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오히려 배달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불과 2주 사이에 한국유통학회, 한국상품학회, 정보통신정책학회 등 주요 학회들이 잇따라 정책포럼을 개최하며 수수료 상한제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특히 한국상품학회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응답자의 86%가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배달 주문을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월 평균 배달 이용 횟수도 5.35회에서 2.11회로 약 6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의 75%는 무료배달 등 혜택이 줄어들면 상한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논문에 실린 미국 사례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으나, 예상치 못한 역설적 결과가 나타났다. 플랫폼들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추천 알고리즘에서 독립 식당 노출을 줄이고, 소비자 배달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상한제 적용 대상인 독립 식당 주문과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반면, 규제 대상이 아닌 프랜차이즈 식당 매출은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규제가 보호하려던 대상이 오히려 피해를 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이 만들어낸 변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종이 전단지를 보며 전화로 주문하고, 현금을 준비해 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작은 식당은 배달 인력이 없어 배달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지 못했고, 소비자 선택권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플랫폼은 이러한 불편함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실시간 주문 추적, 다양한 결제 수단, 리뷰 시스템을 통한 품질 관리, 고객 응대 시스템 등 유무형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소규모 음식점들은 플랫폼으로 광고비 없이도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고, 배달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전에 개별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플랫폼에서 담당하게 된 것으로 이 부분에서 소상공인들도 혜택을 입었다.
수수료 상한제 논의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소비자다. 플랫폼 생태계는 입점업체, 플랫폼, 배달라이더, 소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중개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면 이를 다른 방식으로 보전해야 한다. 소비자 배달비 인상, 무료배달 혜택 축소, 광고비 인상, 배달료 전가 등 방식이 가능하다. 결국 소비자는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주문을 줄이게 되며, 이는 곧 입점 음식점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보호하려던 소상공인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구조다.
소상공인 어려움은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그 해법이 반드시 강제적 수수료 규제여야 하는지는 재고해야 한다. 미국 여러 도시들이 수수료 상한제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는 것은 규제의 부작용이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자발적 상생 모델 개발을 유도하고,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 수수료 구조 투명성 제고 등 시장 친화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급진적 규제보다는 특정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며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적 접근도 고려할 만하다.
플랫폼이 만들어낸 편의와 혁신은 분명 우리 생활을 개선했다. 전화로 주문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선한 의도가 예상치 못한 혼란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이해관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충분한 실증 연구와 영향 평가를 거친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shlee16@hoseo.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