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쿠팡 등 기업 제재, 형사처벌보다 '과태료 현실화'가 실효적… 강제조사권 검토”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9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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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9 superdoo82@yna.co.kr (끝)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을 직접 거론하며 과태료 등 경제적 제재의 현실화와 이를 뒷받침할 행정 당국의 '강제조사권'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적 비용이 큰 형사 처벌보다는 기업이 위반 행위로 얻는 이익을 상회하는 강력한 금전적 제재가 법 준수를 유도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는 취지다.

강유정 대변인은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 도중 '형법 체계의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며 경제 제재를 현실화하기 위해 행정 기관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법제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경제적 이익을 노린 범죄가 다수에게 피해를 주지만, 형사 절차만으로는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 낭비가 크다”는 문제의식을 여러 차례 토로해 왔다. 이날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수사 기관은 강제수사권이 있지만, 행정 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임의적인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조사 권한이 약하면 실효성 있는 과태료 부과가 어려운 만큼, 제재 현실화를 위해서는 강제조사권 도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나왔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에 근거해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지만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조사를 직접 할 권한은 없다.

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경제 범죄에 대해 강력한 경고 조치를 못 하고 형법에만 의존하는 이유는 과태료를 부과할 조사 권한에 강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이 '조사에 강제성을 부여해 과태료를 현실화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고 도입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답변하는 조원철 법제처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조원철 법제처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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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조원철 법제처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조원철 법제처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9 superdoo82@yna.co.kr (끝)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경제 제재 논의에서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한 “가입 절차만큼 회원 탈퇴 절차도 간단한가”라고 반문하며 쿠팡의 불공정 행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시사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쿠팡이 계정 탈퇴 절차를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에 따라 긴급 사실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앞으로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기업 규제 패러다임을 '형사 처벌' 위주에서 '경제 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법령 정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 명단에는 김 의장 외에도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강한승 북미사업개발 총괄, 브렛 매티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 쿠팡의 핵심 경영진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김 의장의 실제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국회는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고발하거나 동행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동행명령장은 국회 사무처 직원이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의장에게는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강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도 쿠팡에 대해 첫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송파구 쿠팡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